#29. 초코파이를 주 2회만 먹는 40대의 품위
40대 간식 초코과자 안돼?
탕비실 간식 박스 중간칸에는 초콜릿을 주 재료로 삼은 묵직한 과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 초코파이를 골랐다.
초코파이를 먹기로 한 것이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달고 텁텁한 당분 덩어리를 입에 넣고 싶을 때 가장 가뿐하게 집어내는 건 초코칩쿠키다. 개별 포장된 봉지를 뜯지 않은 채 손으로 꾹 눌러 네 조각을 내고 껍질을 벗겨서 한 조각씩 입안에 넣는다.
혀로 누르면 스르르 무너지며 입천장에 떡 달라붙는 식감, 다른 과자가 따라잡을 수 없다.
초코칩쿠키보다 좀 더 씹고 싶고 덜 단것이 당기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초코 다이제를 집어든다. 역시 개별 포장되어 있으나 한 봉지에 세 개가 들어있어 긴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히 두툼한 과자가 씹히는데 오래 걸려 한 개를 먹고 나면 남은 두 개는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생각이 들기 때문에 세 개를 다 먹어버리는 날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가장 드물게 먹는 것이 초코파이다.
어쩌면 초코다이제나 초코칩쿠키가 초코파이보다 훨씬 살찌게 만드는 음식일 수도 있다. (칼로리는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 비교기준이 되지 않는다.)하지만 늘 초코파이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열심히 필요하다.
아마도 그것 때문 일 것이다.
'초코파이에 들어있는 마시멜로는 지구를 일곱 바퀴 돌아도 안 빠진대.'
다이어트라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던, 빼빼말라 고민이던 어린 시절에 들은 얘기다. 그 표현이 절묘해서 귀에 쏙 들어왔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초코파이를 보면 지구 일곱 바퀴가 생각난다.
계산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구 일곱 바퀴를 비행기로 도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닐 거고 분명 걷거나 뛰어서 도는 조건일 텐데, 인간이 뛰어서 지구를 돌 수도 없거니와 실제로 돈다면 초코파이 한 개 속에 들어있는 마시멜로의 열량은 천분의 1바퀴만 돌아도 다 빠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 생동감 넘치는 표현은 뇌리에 박혀 초코파이는 살찌는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마흔 중반이 된 나는 아직도 초코파이를 집을 때 고민을 한다.
정말 40대는 그런 초코입은 과자를 간식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걸까? 중년에게 치명적인 음식 중 1,2위를 차지하는 정백당과 밀가루로 만들어진 그 과자들과 이별해야 하나.
그러고 싶지 않은 나는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한다.
지난 주말 친구를 만났다.
역시나 마흔 중반의 우리는 어디 아픈 얘기, 건강 얘기 노안 얘기로 꽃을 피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쑤신다는 경험을 나누던 중 열심히 운동하는 한 친구가 말했다.
"운동해, 운동하면 안 아파. 그리고 다이어트 안 하면 돼. 다이어트 안 하고 운동하면서 잘 먹으면 안 아파."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면서 믿고 싶은 말이었다.
어차피 20대의 몸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살던대로 살면 일 년에 0.8킬로그램씩 늘어나는 것이 중년의 삶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안 아프고 사는 것이 관건이다.
그 친구가 말한 '잘 먹는 것'에 초코파이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밥을 반 그릇만 먹는 생활은 지양해도 될 것 같다.
조금 더 젊었던 지난 이십 년 동안 매일 믹스커피를 다섯 잔씩 먹고 초코칩쿠키 한 박스를 한 자리에서 해치우는 낭만을 마음껏 누렸으니 이제는 조금 좋은 음식을 먹는 것으로 40대의 품위를 지켜보리라.
그리고 초코파이는 딱 일주일에 두 번, 지겨운 수요일과 축제전야 금요일에만 먹기로 한다.
오늘은 금요일니까 하나 해치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