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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Jun 15. 2024

쾌적함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꾸준히 바릅니다.

실제로 눈 관리, 치아관리, 피부관리 같은 작지만 좋은 습관들을 꾸준히 지켜가면 불편한 점들이 개선되는 것을 서서히 느낄 수 있다. 일상의 좋은 습관과 그에 따른 긍정적 변화는 행복으로 이어진다.


귓불 아래에 까슬까슬하게 살이 일어나면서 매우 간지러웠던 피부질환의 제목은 지루성 피부염이었다. 30대 초반에 처음 생겼을 때는 그것이 건선인 줄 알았다.

이모가 건선을 앓고 계셔서 나도 같은 병에 걸린 줄 알고 허겁지겁 피부과에 가봤더니 다행히 건선은 아니라고 했다.

지루성 피부염도 건선만큼 골치 아픈 것은 아니지만 귀찮은 것임은 분명했다.


스테로이드를 쓰면 바로 낫기는 해도 컨디션만 떨어지면 다시 찾아와 성가시게 만들었다.

특히 귀 뒤쪽에 생기는 피부염은 골칫덩이였다. 잘 낫지도 않고, 애써 스테로이드를 써서 고쳐놔도 몇 주 지나지 않아 다시 생겨났다. 슬슬 시작되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벅벅 긁어대면 허옇게 인설이 일어났다. 검은 옷을 입은 날은 비듬이 내려앉은 듯 어깨 위가 더러웠다.

가끔은 귓속까지 피부염이 번져 이비인후과 신세를 질 때도 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귓속이 가렵기 시작하면 정말 사람 환장할 지경이 된다. 면봉으로 마구 쑤셔대면 시원한 것은 그때뿐, 더 가렵고 귓병이 나 버린다.

(지금 떠올리니 갑자기 온몸이 가려운 것 같아 괜히 머리를 한번 긁었다.)



이 끝나지 않는 지루성 피부염으로부터 해방된 것은 작년, 의도치 않은 아들의 성실함 때문이었다.


아들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좁쌀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사춘기를 알리는 표지판처럼 이마에 다닥다닥 돋은 좁쌀 여드름이 징그러울 정도였다.

집에 염증에 좋다는 노니 에센스를 사 둔 게 있었다. 내가 쓰려고 샀는데 귀찮아서 안 쓰고 구석에 박아두었던 것을 아들에게 주며 생색을 냈다.


“이거 엄청 좋은 거야. 염증에 좋다니까 발라봐. “


끈적인다는 이유로 몸이든 얼굴이든 어디에도 로션 바르기를 싫어했던 사춘기 소년은 에센스도 강하게 거부했다.


“고객님, 피부관리 해 드릴게요.”

뭘 바르기 싫어하면서 피부 고민은 하는 녀석에게 장난을 섞어 저녁마다 마사지하듯 에센스를 발라 주었다. 좁쌀 여드름은 유수분이 관리되면서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좋아진 피부에 재미를 붙인 아들은 저녁마다 잠자리에 누워 “엄마, 피부관리 해줘요.”라며 나를 불렀다.


2주쯤 지나 귀찮아진 나는 아들에게 더 이상 피부관리 서비스는 없으니 혼자서 바르라고 통보했다. 아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스스로 에센스를 바르기 시작했다.


귀찮아서 대충 발라줬던 나와는 달리 아들은 이마, 양 볼, 턱까지 꼼꼼하게 에센스를 도포하고 정성껏 문질렀다. 토닥토닥하면 흡수가 더 빠르다는 내 말을 귀담아듣고 성실히 토닥거렸다. 세수를 하고 욕실에서 나와 식탁 옆에 서서 한참 얼굴을 토닥거리는 아들이 웃겼다.


그로부터 몇 주가 흘러, 아들의 피부는 놀랍도록 좋아졌다. 좁쌀여드름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피부결 자체가 막 까놓은 달걀처럼 맨질맨질했다.

분명히 나도 써봤던 노니에센스인데 아들은 달랐다. 당연히 마흔이 넘은 나보다야 10대에게 효과가 더 좋겠지만 하루도 빼먹지 않고 천천히 정성껏 두드린 공이 큰 것 같았다.


아, 나도 저렇게 정성껏 화장품을 발라봐야겠다,라는 깨달음이 약간의 감동과 함께 몰려왔다.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사놓은 화장품, 피부염에 좋은 로션과 오일들이 여러 개 방치되어 있었다.

귓불 아래 약하게 한 군데, 무릎 뒤쪽에 매우 심하게 한 군데, 이렇게 두 곳의 피부염이 진행중이었다. 

우선 스테로이드를 일주일 썼다.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빨리 낫는것을 알면서도, 어차피 뿌리 뽑지도 못할 것, 바르면 뭐하나,하는 무기력한 생각으로 약은 안 쓰고 매일 긁어대고 있던 차였다. 꾹 참고 일주일 약을 발랐더니 허연 인설이 사라졌다.


이어서 바디로션과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다.

상태가 심각할 때 로션만 바르면 오히려 인설이 심해진다. 먼저 치료하고 보습을 해야 한다. 매일 샤워 후에 바르고, 샤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조하면 하루에 몇 번씩 발라주었다.

가끔 약을 받으러 가면 의사가 “씻지 않고 보습을 하셔야 더 좋습니다.”라는 말을 했지만 잘 듣지 않았었다. 의사 말대로 씻지 않았어도 피부가 좀 마른다 싶으면 정성껏 로션을 발라댔다. (연세가 드실수록 심해지실겁니다, 라는 의사의 말이 악담같아서 미웠는데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났을까?

아직도 지루성 피부염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오래 재발하지 않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늘 생겼을 때 체념하는 마음으로 스테로이드를 강하게 바르고, 좀 나아지면 방치하기를 십여 년 반복했는데, 우습게도 깐 달걀처럼 쫀쫀한 피부를 갖게 된 아들의 모범 사례를 보고 아는 것을 실천한 것이다.




연령대가 달라지면 생필품의 가지 수, 기본으로 갖추는 물건들의 종류도 바뀐다.

2,30대에는 잡티가 가려지는 파운데이션, 립틴트, 아이섀도, 마스카라 같은 것들을 필수로 갖췄다면 이제는 수분크림, 영양밤, 각질을 만들지 않는 립밤, 피부염에 좋은 순하고 촉촉한 바디로션 같은 것들이 필수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생필품처럼 떨어질 때마다 구입해두는 물건들이 늘어났다.

치약, 비누, 클렌징크림, 샴푸, 트리트먼트 정도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온몸 구석구석을 돌보기 위한 물건들도 구비해 놓는다. 바디오일과 로션을 아침저녁 바르고, 귀찮아서 생략하던 핸드크림도 꼭 사용한다.

특히 치실은 꼭 사용하길 주변에도 추천한다. 가끔 잇몸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마흔이 넘어서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스케일링을 자주 하고 치실과 치간칫솔을 쓰는 것은 앞으로 50년 건강한 치아로 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사의 조언을 성실히 받아들였다.


건조해진 눈에 인공누액을 자주 넣어주는 것도 생활의 질이 달라지는 좋은 습관 중 하나다.

뻑뻑한 눈을 꿈뻑이며 인상만 쓸 것이 아니라 한 번씩 눈물약을 넣어주면 기분까지 쾌청해진다. 잠깐 꺼내서 눈에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귀찮아도 건너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중년에 들어서면 건강한 편이라도 신체의 기능 조금씩 저하다. 신경 써야 하는 관리 포인트가 늘어가는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표에 한 줄씩 더해지는 의사의 소견처럼 늘어가는 관리 포인트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늙는 것은 자연 현상이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발전하여 수많은 제조업자들이 기발한 물건들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들이 만들어 '잇템'을 잘만 활용하면 생활이 훨씬 쾌적해지는 걸 알고 있으니, 쓰지 않는 것도 손해다.


귀찮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성가신 일들을 습관 들이는 방법은 일상에 넣는 것이다. 번거롭지만 빼먹지 않는 작은 규칙이 서서히 몸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킨다고 생각해 본다.


할 일들을 정해놓고 딱딱 지킬 때, 그 하찮은 실천은 쾌감을 준다.

실제로 눈 관리, 치아관리, 피부관리, 건강식단 준수 같은 작지만 좋은 습관들을 꾸준히 지켜가면 불편한 점들이 개선되는 것을 서서히 느낄 수 있다. 일상의 좋은 습관과 그에 따른 긍정적 변화는 행복으로 이어진다.


혈압약을 매주 월요일마다 약통에 요일별로 챙겨놓고 같은 시간 지켜서 먹을 것.

잠들기 전, 기상직후 인공 누액을 한 방울 씩 넣을 것.

샤워 후 바디오일을 꼼꼼히 바를 것.

지루성 피부염이 자주 생기는 부분은 멀쩡해 보여도 아토피에 크림을 매일 밤 바를 것.

하루 세 번 양치 후 치실을 사용할 것.

매 시간 틈틈이 물을 마실 것.


이런 하찮고 소중한 규칙을 지키는 것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요즘은 분명하게 느끼며 산다. 그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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