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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Jul 08. 2024

남인숙 작가의 ‘어른수업’

위기의 순간에 응급 처치로, 평소 마음 수련용으로 좋은 책

살다 보면 마음 컨트롤이 되지 않는 긴급한 상황이 올 때 응급실에 가듯 급히 들춰보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은 우리 집 책장의 그 응급처치 책들을 모아놓는 곳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남인숙 작가의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사연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영상을 많이 봤기 때문에 책도 같은 내용이지 않을까 싶어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으로 읽어보면 같은 메시지임에도 새롭게 읽히고 훨씬 깊다.


작가의 전작인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를 읽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여러 번 느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 내가 느낀 것을 더 이상 착각이라고 무시하지 말자.'였다.

역시 이 책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 인간관계에서 비슷한 감정을 세 번 이상 느꼈다면 그것은 착각이 아니다. 나의 판단을 믿어라.‘


특히 오래된 관계, 한때 좋았던 관계에서 새롭게 갖게 된 불편한 감정은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내 착각일 것이다. 내가 좀 예민해서일 것이다. 내가 오해한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감정에 고개를 젓다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실체가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내 판단이 맞았다는 것이 기쁘기보다는 슬퍼진다.

사연자들의 이야기와 작가의 사례를 들어보면 그런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위로가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 편을 들고, 상대가 다 나쁘다고만 한다면 비평 없이 수다를 들어주는 친구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작가는 그 안에서 나의 미숙한 점, 내가 놓친 내 단점을 따뜻한 말투로 가르쳐준다. 내가 남에게 불편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새로운 시각으로 나를 보고 깨닫게 만든다. 그런 깨달음죄책감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성숙해지려면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상세한 지침도 알려준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할 때 응급처치가 될 만한 책이다.


가장 좋은 부분은 마지막 파트, ‘나를 지키기‘였다.

책 속의 사연자들처럼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도 들고, 이제 내 주변에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관계들은 거의 없다.

문제는 나 자신이다. 내 마음속의 전쟁이 치러질 때 그때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 늘 필요하다. 작가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는 취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편안한 말투로 분명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내 생각과 맞아떨어질 때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기애가 생겨난다.


남인숙 작가의 카페에도 가입되어 있고,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한 적도 있어 작가님을 직접 뵌 적도 있다. 작가는 우울함과 불안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얘기를 온라인상에서도, 저서에서도 가끔 말한다.

밝은 미소와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사이사이 밀고 들어오는 우울과 불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런 경험은 사춘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느껴왔던 내 마음속의 이유없는 어둠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음을 단단히 지켜주는 책들을 책꽂이에 꽂아두면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위로에 일가견이 있는 훌륭한 작가들이 나를 둘러싸고 응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위기의 순간에 응급조치용으로도, 평소 마음을 단련시키는 영양제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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