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by 춘춘

올해는 전 부치지 말고 한 접시 사다 쓰자.

다짐받고 나선 시장길


정육점 앞에서 실랑이한다.

육전은 좀 해야 안 되겠냐? 기름 냄새 없이 명절이 쇠지냐?

탕국 끓일 양지머리만 사기로 했잖아. 그럼 그렇지, 엄마가 그렇지.


배 한 개가 8천 원이여. 겁나서 못 사겄다.

그럼 한 개만 놔.

그럴 수는 없지, 세 개 놔야지.

뚫어지게 본다고 배 값이 떨어지나.


어딘가에서 엄마를 기다릴 더 싼 배를 찾아 안으로 안으로

이거 봐라, 크지.

승리의 입꼬리가 송편처럼 매끈하다.

3천 원 덜어낸 발걸음이 가볍다.


흰 고물 소복이 담은 가을 달이 차오르는 저녁

과거에도 미래에도 엄마의 육전은 부쳐진다.




명절 전에 친정엄마와 같이 시장에 가곤 하는데요.
이 글은 지난 추석 무렵 시 창작 수업을 들으며 썼던 글입니다.
나이가 드니 점점 힘이들어 차례를 간소화한다고 20년째 말만 하고, 장에 가면 관성대로 차례음식거리를 잔뜩 사는 업마가 짜증스러우면서도 매번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엄마와 내가 우습기도 합니다.
추석준비로 실랑이 하는 모녀의 모습, 매년 저렴면서도 좋은 음식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엄마의 모습이 언젠가는 그리워지겠지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