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나만 생각할 때가 필요하다.
마켓컬리에서 파는 레몬케이크는 우리집에서 내가 제일 많이 먹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남편과 나, 아들 세명인데 사실 그 중 아들은 레몬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
주로 새벽에 일어나서 나와 남편만 먹고, 아들에게는 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달고 맛있으니 아들도 좋아하긴 할텐데 아들은 이 작은 케이크를 야금야금 먹으면서 느껴지는 새콤하고 풍부한 맛을 완전히 즐기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작은데 비싸서 아들이 순식간에 몇개를 먹어치우면 커다란 홀케이크 값 만큼 나올까봐 주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한다면 내가 너무 인색한걸까?
아이를 낳고 나면 모든것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내가 엄마는 엄마구나' 싶을 때는 정말 좋아하는 만두같은 음식이 딱 한개밖에 없는데도 내가 먹는것 보다 아들이 먹는것이 훨씬 더 기분 좋을 때이다.
안타깝고 절절할 때도 많지만, 그런 원초적인 욕구까지 양보하게 되는 것이 생활 모성아닌가.
그러면서 왜 레몬케이크는 혼자 먹느냐.
그냥 이건, 딱 나만 생각하고 사는 물건이다.
아들이 웃는 얼굴을 보면 모든것을 다 해주고 싶고, 내 마음이 아릿할 만큼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기준을 아들에게 맞추다보면 묘한 상실감이 들고, 나도 모르게 공치사를 하게된다.
아주 좋아하는 어떤 것을 나 혼자 만끽할때 느끼는 충만함은 가족을 더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그 충만함은 2천7백원짜리 레몬케이크만으로도 채워질수 있으며, 이상하게도 다른 음식과는 달리 다같이 먹을때보다 나혼자 먹을때 더욱 극대화 된다.
(2020년 12월 29일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