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지...
학교에서 선생님이 떡볶이를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부지런도 하시지, 요즘 선생님들은 챙길 것도 많고, 이런저런 시도도 많이 하신다. 이러네 저러네 해도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는 나은 것 같다.
"좋았겠네, 맛있었어?"
"어, 맛은 있는데, 그런데 냄새가 좀 별로였어."
"아~ 그랬어? 그래도 먹긴 먹었지."
"그냥 한 번만 먹었어. 선생님이 더 준다고 하셨는데 싫다고 했어."
"선생님한테 그 말 한건 아니지?"
"맛있긴 한데 냄새가 좀 별로라고 그만 달라고 했어."
설마설마했는데 그 말을 했단 말이야?
아이가 밉살스럽게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었고, 기껏 만들어 줬는데 냄새가 별로라는 소리를 들은 선생님이 안쓰럽기도 했다.
"왜 그랬어~. 그냥 배부르다고 하거나 그만 먹을래요 라고만 하지... 선생님 서운하셨겠다."
"뭘~ 열일곱 명이 다 맛있다고 하고 한 명만 별로라고 했는데 뭐가 서운해. 괜찮아."
무심하게 말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안이 벙벙했다.
아이가 3학년 때였으니 2년쯤 전의 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 밥 먹을 때 절대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선생님이 교실에서 떡볶이를 해주셨다는 정겨웠던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이 일도 기억이 났다.
연세가 조금 있으시고, 엄해 보이는 선생님이 열여덟 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해주신 게 살갑고 신기했다.
그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더 달라고 했으면 오죽 좋아. 그래도 열 살이나 먹었는데 예의상 해주는 선의의 거짓말 같은 것을 좀 할만하지 않나, 이건 철이 없다기보다는 좀 냉정한 성격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고 보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내 자식인데 자라면서 이런저런 면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나였으면 맛이 없어도 주는 대로 꾸역꾸역 먹었거나 배가 부르다고 거짓말을 했거나 그랬을 것이다.
꽤 수줍음을 타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을 잘도하는걸 볼 때, 저건 아빠를 닮은 건가 궁금해진다. 남편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어려서 그러지는 않았다고 한다.
우리 자랄 때보다 주눅 들 일도 덜하고,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현대 사회에서 자란 요즘 아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무튼 예상치 못한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새롭고 조금 당황스럽다.
떡볶이가 맛이 없어도 선생님 실망하시지 않게 맛있다고 해야지,라고 말했다면 아이가 혼란스러웠을까.
아이가 원하는 것과 느끼는 것을 분명히 말하며 살기를 바라는 편이다. 가끔 나라면 그 나이에 하지 못했을 당돌한 소리를 툭 내뱉는 것을 볼 때면, 뭔가 짜릿한 반항의 쾌감이 대리만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이 해주신 떡볶이는 그냥 맛있다고 해줬으면 좋았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이 선생님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선생님에게 내 아이가 조금 더 귀여움을 받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