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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Mar 10. 2021

나도 오은영 선생님을 만난다면...

그냥 다 부모였다.

그 방법이 내게 맞던 맞지 않던, 무심코 지나쳤던 아이의 상황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으니 소아 청소년 정신과 선생님들을 대중이 많이 알게 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그 집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가 있던 없던 전 국민의 부모교육에 이바지했다는 차원에서 오은영 선생님은 의미 있는 분이 닐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너무 강렬한 프로그램이라 나는 최근까지 그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줄 알았었다. 찾아보니 2015년에 끝났던데, 아직도 오은영 선생님에 대한 부모들의 의존도는 낮아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오은영의 버킷리스트'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인간 오은영 님이 좋아지기도 했다.


어제는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안내하는 오은영 선생님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클립 영상을 보게 되었다.

같이한 패널들도 재미있고, 오은영 선생님의 재치 있는 대답으로 10분 정도의 영상이 즐거웠는데 그걸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자리에 함께한 패널들은 모두 연예인이다. 그들은 보통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주로 대본에 나온 내용을 말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며 입담을 자랑한다. 이미지가 중요하고, 말하는 하나하나가 업무인 연예인들이므로 자기 모습이 어찌 비치는지 매 순간 신경을 쓰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런데 묘하게도 오은영 선생님이나 서천석 선생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들은, 그중 부모들은, 어떤 순간 자신을 내려놓고 순전히 엄마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들은 그 프로그램에서 진심으로 자기 아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하고, 자기 아이의 문제를 애타게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내가 방송에 어떻게 보일지, 지금 한마디라도 더 재치 있는 말을 해서 튀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순간순간 놓고 있는 것이 확연하다.

그걸 보고 있자니 뭔가 마음이 찡했다.

'일하는 자리면서 자기 얘기하네, 분위기 파악 못하는 진상 떠는 부모 들이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다들 부모들이었다.

내 아이의 작은 문제로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찾아가기는 부담스럽고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은 돈이 있던 없던,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던 아니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검증받고 싶어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며 '저는 이렇게 해요.'라고 성심껏 설명하고, 선생님이 '네, 잘하고 계시네요.'라고 대답해 주면 칭찬받은 어린이처럼 얼굴이 해사해지다가 문득 자기가 너무 몰입했다는 생각에 겸연쩍어하는 모습이 귀엽고 안쓰러웠다.

한 번쯤 대화를 나눌 있는 거리에서 오은영 선생님을 만난다면 나도 두어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수초 안에 생각날 같다. 아이의 이런 부분이 걱정되는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하는데 잘하고 있는 걸까요? 라고 묻고 싶다.

결국 저들도 인간이라... 아이 앞에서 완벽한 척하고 싶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은 부모라서 말이다.


저들을 비롯한 모든 부모들은 아직 완전히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니 첫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들 결과를 알지 못한다. 아니,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아이가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이 되어도 손에서 완전히 놓아버리지 못할 것 같은데 언제 이 과정이 끝이 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지금은 둘째를 키우던 셋째를 키우던 그냥 처음 해보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아이가 눈 깜빡이는 것을 고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둘째 아이의 손톱 물어뜯는 버릇도 똑같은 방식으로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는 매일 새로운 일감을 받고 있다. 오늘 나의 행동과 생각이 내일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지만 그냥 오늘 가장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조금 더 바른 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 교육도 받고, 저런 선생님들의 영상도 열심히 보는 것이다.

오은영 선생님의 어떤 글에서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편안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어 적어놓았다.

앞으로도 욕심과 번뇌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겠지만 그저 아이가 마음 편한 사람으로 한평생 고단함을 덜 겪으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잊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아이 걱정 끝에 슬며시 찾아오는, 최소한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떠올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사랑을 건강한 방법으로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마음놓고 아이 걱정을 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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