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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Mar 06. 2021

글은 수정하면 무조건 좋아져

'멜로가 체질' 정혜정 작가님 왈.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재밌을 줄 알았지. 근데 이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지.'

한창 멜로가 체질을 방영하던 때, 주변 사람들이 꼭 봐야 하는 드라마라고 추천하며 은근히 화제였다. 

등장인물도 참신하고, 작가가 이병헌 감독이고 재미없을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런데 확 달려들어서 보지 않다가 몇 주 전에 보기 시작해서 지난 주말까지 다 봤다. 

이건 그냥 슬렁슬렁 틀어놓고 왔다 갔다 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딱 달라붙어서 대사를 음미하며, 놓친 대사는 다시 10초 뒤로 돌려 보면서 봐야 하는 드라마였다. 


악역 없음. 모든 등장인물을 사랑하게 됨. 


그나마 가장 악역 축에 들어갔던 정혜정 작가는 마지막에 그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사랑스러운 진상으로 자리매김했는데, 굉장히 머릿속에 남는 명언도 남겨주셨다. 


쓸 때는 그런대로 괜찮아서 써 내려가지.
그런데 다 쓰고 나서 보면 
아우~~~ 평범해!
...
그럼 어떡해? 수정해야지. 
글은 수정하면 무조건 좋아져.
... 
자 그럼 이제부터 필요한 건 뭐다? 
시간이 필요해, 다시쓸 시간!

개인의 일기와도 같은 이런 짧은 글도 다 쓰고 보면 내가 무슨 뻔한 소리를 하고 있나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글을 업으로 삼는, 기대치 높은 작가들은 오죽할까. 




그런데 이게 작가들 한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오늘 특별히 저 작가님의 조언이 생각나는 이유는 보고서가 제대로 안 써지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고민하는데 초안도 안 만들어지고, 몇 자 끄적대고 읽어보면 정말 '아우~~~ 평범해!!!'


'수정해야지. 수정하면 무조건 좋아져.'

완벽하게 맞는 말. 


있는 대로 쏟아붓고 보면 문구는 평범하고 구성은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들어갈 건 다 들어갔으니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그러다 보면 조금 마음에 들어지기도 하고, 생각지 않은 아이디어로 빛나는 장표가 나오기도 한다. 

오늘을 일단 다 적어보자.


다 쓰고 나면 수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평범함이 좀 사라지겠지. 



(2021년 1월 19일 새벽 일기를 수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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