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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백필름 May 21. 2023

매출 5배 키운 규칙 마법사 활용법


일 매출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까지 뛰는데 딱 5일이 걸렸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2000년 초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아동 외출복 판매가 급감했다. 쿠팡, 네이버, 입점몰, 자사몰 할 것 없이 전 채널의 매출이 반토막 났다. 위기감이 엄습했다.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동안 대행사에 맡겼던 자사몰 광고를 우리 회사에서 직접 진행해서 활로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네이버 광고는 CPC 방식이라서 대행사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광고비랑 약간의 문구 변경 외에는 달리 변화를 줄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광고관리자(이제는 이름이 변경되었으니 메타 광고라고 칭하겠다)에서 집행하는 인스타그램 광고는 달랐다. 광고 소재에 따라 성과 차이가 많이 났다. 우리가 시즌에 개발한 수백 개의 아이템 중에서 어떤 아이템이 반응이 좋은지, 어떤 소구 포인트에 고객들이 반응하는지 본사 직원은 알지만 광고 대행사는 잘 몰랐다. 광고대행사는 SKU가 적은 아이템일 경우에는 실력을 발휘하지만, 매주 신제품이 나오는 우리 같은 패스트 패션 분야에서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다행히 광고대행사에서 우리 입장을 이해해 줘서 광고 집행의 기초는 대행사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 뒤로 갓 입사한 신입 직원 한 명과 내가 학습과 테스트를 통해 노하우를 쌓아갔다. 


봄에 시작한 메타 광고 실전 학습은 가을쯤 되니까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다. 광고대행사에 맡겼을 때와 비교해 성과가 많이 개선되었다. 자사몰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매출이 회복되었다.


10월 초 추석 연휴가 길었다. 고향에서 추석을 쐬고 일찍 올라온 덕분에 아직 연휴가 3일 남아 있었다. 금요일에 집에서 메타 광고 관리자 메뉴들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규칙 마법사’ 메뉴를 발견했다. 우리가 설정한 로직에 맞춰서 자동으로 예산이 조절되는 기능이었다. 좀 더 상세하게 그 기능을 알고 싶어서 구글링을 열심히 했지만 웹 상에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영어로 검색을 해 봤지만 영문 자료도 설명이 부실했다. 할 수 없이 직접 테스트를 하면서 하나씩 배워보기로 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ROAS가 되면 일정 비율 이상의 예산이 자동으로 상승되게 규칙을 설정했다.  


당시 자사몰에서 하루에 평균 1천만 원 정도 매출이 나올 때였다. 광고비는 1백만 원에서 2백만 원 정도 사용했다. 토요일에 아내와 함께 브런치를 즐기고 오후에 메타 광고 관리자에 접속해 보니 광고비가 5백만 원 넘게 지출이 되었고 매출도 급등하고 있었다. 그날 매출은 3천만 원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매출이 5천만 원까지 치솟아 올랐다. 물론 하루 광고비도 1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성과 감성을 섞어서 판단하는 인간이 아니라, 오로지 설정된 규칙으로 예산을 조정하는 '규칙마법사'는 냉정하고 현명하게 성과가 좋은 광고의 예산을 원칙대로 과감하게 올렸다. 그리고 이는 매출 증대로 바로 연결되었다. 


매출이 5배 뛰는데 딱 3일이 걸렸다. '이거구다. 메타 광고가 답이구나.' 그리고 두 달 동안 규칙 마법사 설정을 더욱 고도화시켜서 그 해 매출과 이익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키울 수 있었다. 나는 자신만만했고 의기양양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노하우도 공유하며 메타 광고의 묘약을 나눴다. 이미 공개된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발견한 비법이라서 더욱 뿌듯했다. 


이런 추세라면 해마다 2배 성장은 물론, 신규 브랜드를 론칭해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성공의 규칙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 환상이 깨지는 데는 불과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변화 하나로 모든 게 달라졌다. 애플이 2021년 상반기 개인정보 보호 정책(ATT)을 변경하면서부터다. 그동안 메타 광고는 모바일에 탑재되어 있는 IDFA(ID For Advertisers)를 통해 정확한 타깃에게 맞춤 광고가 가능했다. 광고 효율은 좋았고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앱 실행 시 개인정보 추적 동의 문항을 넣는 업데이트 한 후부터 메타 광고 성과는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마법처럼 발견한 '규칙 마법사'라는 묘약의 효능도 옅어졌다. 사실 규칙 마법사의 로직은 단순했다. 사람보다 더 자주, 더 냉정하게, 더 정확하게 성과 위주로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다. 사람이 광고를 운영할 경우에는 아무리 신경 써더라도 예산 관리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고, 야간이나 주말에는 대응 속도도 느렸다. 예산 증액을 할 때는 기존의 고정관념으로 과감하게 집행을 못하고, 축소를 할 때도 미련이 남아서 바로 줄이지 못했다. 규칙 마법사는 이를 시스템으로 설정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냉정하게 반영해서 성과를 확대할 수 있었다. 즉, 잘 되는 걸 더 잘 되게 하는 '증폭'의 역할을 발휘했던 것이다.


하지만 애플 개인정보 보호 정책 업데이트 후 전반적으로 광고 효율이 떨어졌고 증폭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설정한 목표에 도달해야 광고 예산이 증액이 되는데, 대다수의 광고 소재가 그 목표에 못 미쳤다. 답답한 마음에 증액 기준을 낮춰보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광고비를 더 올려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익률만 나빠졌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이룬 일 매출 5배 성장은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인스타그램 유저 중에서 우리 제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만 정확하게 콕콕 집어서 광고를 보냈던 천재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뇌손상을 입어 바보가 된 거 같았다. 우리 물건에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한테 광고를 뿌렸고 효율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물론 당시 매출이 감소한 데는 애플의 정책 변경 외에도 다른 요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이 덜 예뻤다거나, 경쟁사가 더욱 강력해졌다거나, 새로 채용한 우리 회사 마케터의 역량차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문제는 메타가 더 이상 스마트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좋은 시절은 다 갔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우리 자사몰에서 고객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며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그건 허상이었다. 자사몰에 가입하는 회원 수는 물론 재방문해서 재구매를 하는 단골도 늘어나고 있었다. 이 모든 지표는 축적된 가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초기화가 되었다.


앱 다운을 장려하고, 카톡플러스 친구를 맺게 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우와 유튜브 구독 등을 통해 고객과 우리와의 관계가 나날이 긴밀해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 모든 게 착각이었다니. 메타에서 심은 광고 픽셀이 개인 정보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는 순간, 매출은 과거로 회귀했다. 그동안 나는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인스타그램 입점몰을 운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인스타그램 광고 플랫폼이 취약해지자 우리 몰도 덩달아 매출이 빠진 게 이를 증명했다. 메타 광고로 흥해서 메타 광고로 몰락할 지경이었다.


그제야 나는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사업 초창기 때 지인을 통해 일간지 광고로 생필품을 판매하는 분을 소개받아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한 때 큰돈을 벌기도 했다는 그분은 신문 광고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신문 하단이나 전면에 1+1, 70% 세일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보고 전화를 걸어서 물건을 산다는 거 자체가 신기했다. 하긴 누군가가 물건을 사니까 누군가는 돈을 주고 신문 광고를 계속하는 거겠지. 그 회사는 아직도 신문 광고를 통해서 상품을 잘 판매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커머스나 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찾아 나섰을까? 그도 아니면 신문 구독률 저하 속에서 여전히 어렵게 버티고 있을까? 


인스타그램이라는 미디어에 제품 광고로 매출 볼륨을 키운 나는 그 분과 비교했을 때 뭐가 다를까. '요즘 누가 신문을 봐?'라는 말과 함께 고전을 하게 된 그분처럼 '요즘 누가 인스타그램을 해?'라는 말이 나오면 고전을 하게 될까? 그렇다면 미디어 환경 변화를 잘 캐치해서 그때마다 광고 채널을 갈아타면 괜찮지 않을까? 신문에서, 라디오에서, TV로 그동안 미디어는 변화해 왔다. 그리고 다시 PC에서 모바일로 고객들의 눈길은 이동한 상태다. 모바일을 통해 사람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틱톡, 구글 등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요즘 인기 있는 미디어에 효율적으로 광고를 하면 비즈니스의 영속성이 보장될까?


우리는 이미 직감적으로 정답을 알고 있다. 찾아다니지 말고 찾아오게 할 것. 내가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상태로 이성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연예를 시도하기보다는, 나 자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서 이성이 먼저 찾아오게 만드는 것, 늘 잊고 지내는 존재이다가 우연히 모임에서 만나면 아는 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혼자 있으면 생각나고, 만나면 기쁘고, 헤어지면 그리워지는 그런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 있던 나를 보려고 찾아오게 하는 만드는 게 정답이다. 그런 브랜드가 되는 게 바로 정답이다.


규칙 마법사의 규칙처럼 브랜드 비즈니스의 성공 규칙 역시 세팅법이 단순하다. ROAS에 따라서 광고 예산이 자동으로 등락되게 규칙을 세팅했던 것처럼 고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예산을 더 쓰고 그렇지 않은 제품에는 예산을 자동으로 줄이는 것, 고객들이 행복한 경험을 하는 서비스에 과감하게 예산을 늘리고, 불편한 경험이 될 만한 서비스의 예산은 극도로 줄이는 것, 직원들이 더 성취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지속적으로 예산을 늘이고, 불필요한 잡무 비용은 과감하게 줄이게 하는 것,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공고히 하는데 예산을 증액하는 것.


이런 규칙들을 문뜩 떠오를 때마다 감정적인 판단을 통해 예산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칙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게 규칙 마법사를 활용하는 진정한 방법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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