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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Dec 02. 2023

#5. 킨

옥타비아 버틀러 / 비재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많다. 하지만 대부분 백인 남성이 주인공이고 그들은 과거 혹은 미래에 가서 뭔가 큰 역할을 한다. 인류의 멸망을 막거나 악당을 물리치는 멋지고 훌륭한 그런 일들. 수많은 작가들이 고작 지구 따위나 구하고 있었을 때, 옥타비아 버틀러는 나와 내 이웃을 괴롭히는 진짜 문제인 인종과 노예, 그리고 착취와 폭력을 SF 세계에 들여왔다.


"킨"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구하기도 벅차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흑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여 년의 시공간을 오가는 동안 그는 늘 공격받는다. 현실에서는 그의 약혼자가 그를 보호하려 노력이라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별과 착취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숨겨지고 은밀해질 뿐. 과거로 돌아가면 정의로운 폭력과 처벌이 그를 기다린다. 그건 피할 수도 항의할 수도 없다.


표지에는 타임슬립하는 주인공 다나와 쇠사슬이 있다. 다나는 사라지는데 (아니면 나타나거나), 쇠사슬은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다. 쇠사슬은 견고하다. 책에서 다나가 건너 다닌 100년 동안 소수자와 약자는 쇠사슬을 벗어나지 못했고, 앞으로 100년이 다시 지나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사라져도 쇠사슬은 여전히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살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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