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원 / 푸른숲
마르크스만큼 문제적 인물이 있을까?
가족과 친구에게 얹여 살면서도 귀족적인 지향을 포기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 그러나 평생을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편에서 살았던 사람.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오해되고 오독되는 사람.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집합을 다룬 거의 모든 연구와 저작에 언급되는 사람. 메시아이자 종교가 됐고 그로 인해 악마로 불리고 이름 자체가 혐오이기도 했던 사람. 이런 사람이 마르크스 말고 또 있을까?
이 책은 평전이다. 마음이 편하다. 평전은 객관적인 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나 위인전은 '철저한' 자료의 검증을 통해 해당 인물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조망한다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료를 찾아서 선택하고 연결해서 해석하는 행위가 판단이자 주관적이며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팩트가 스스로 말한다는 주장 또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외침일 뿐이다.
나는 20대 초반에 마르크스를 만났고, 지금도 그가 내게 준 영향력 안에서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사상과 이론을 진리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동의하지 않고, 가끔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도 하고 드물게는 낭만주의자 마르크스를 한심하게 여기거나 측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인간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현상보다는 구조와 조건을 살피는 그의 관점에 동의하고 나도 그렇게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다. 오랜 지인이 내게 20대에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이가 든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며 망한 이론을 왜 따르냐며 충고했다.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도 창피하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 생각하면, 그러는 당신의 신념은 무엇이냐고 따지고 묻지 못한 것이 무척 속상하다.
표지가 단순하고 선명해서 좋다. 그가 문제적 인물인 만큼 주절주절 설명을 달지 않기로 한 모양이다. 잘 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마르크스가 생전에 좋아했다는 붉은색을 표지 전체에 사용하고, 사진도 흔히 쓰이는 강인한 턱과 강렬한 눈빛의 사상가의 모습과는 좀 다른 것을 사용함으로써 결국 편집팀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한 셈이다. 비록, 아무리 다른 사진을 쓰고 어쩌고 해도 지나가다가 편하게 말을 건낼 수 있는 뚱뚱한 이웃집 할어버지처럼 보이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