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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Dec 01. 2023

#4.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유시민 / 돌베개


처음 표지를 봤을 때는 그냥 의미 없는 도형들을 그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무성의하지 않나 싶었다. "유시민"이라는 이름만 내걸어도 충분하니까, 표지고 뭐고 더 신경 안 썼나보다하고. 당연히 잘못된 지레짐작이었다.


책은 어려웠다. 힘들었다고 말하는게 맞다. 내용이 어렵고 힘든 게 아니라, 공감하며 따라 읽어가기에는 인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시민작가가 읽고 듣고 공부해서 옮긴 "과학"은 아무 문제도 잘못도 없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그의 지적 능력과 열린 자세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학을 대하는 그의 자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는 과학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맹세한다. 그 결과, 과학은 그에게 위험한 장난감이 됐다. 과학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의 절대복종은 위험하다. 심지어 그에게 과학은 이제 신앙이자 종교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해 보인다.


자유의지를 논하는 대목에서 서늘해진다. 그는 늘 자신은 정치를 떠났다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언젠가 자신에게 생길지도 모르는 어떤 변화를 본인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유전자와 호르몬 탓으로 돌리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궁리를 하는 것일까? 스스로 자유롭고 개인으로 행복하고 싶어하는 인간 유시민의 바램과 욕구를 이해한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큰 역할을 했고 그만큼 부담을 지고 살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는 부디 현실정치인으로의 자신의 위치와 상징적 의미를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본다. 이제는 적당히 예쁜 도형이 아니라 스칼라, 벡터, 쌍성의 공전궤도, 전자운동 그리고 이중나선이 보인다. 이 표지를 만든 디자이너는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까. 이름만 들어도 복잡한 수학,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화학들을 단 한 장의 표지에 요약해서 표현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직선과 도형 몇몇만 사용했다. 방대한 책을 정말 잘 요약해서 표현했다.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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