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키어넌 / 알마
원서와 한글본 표지에서 흥미로운 차이점이 보인다.
미국 원서는 2차 대전을 최종적으로 종식시킨 나라에서 나온 책다워 보인다. 길었던 전쟁의 마침표를 찍은 원자폭탄, 특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바로 그 원자폭탄들의 부품들을 만들고 나사를 조였던 사람들이 군부대처럼 보이는 캠프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다. 따라서 이 표지는 미국이 이끄는 연합국의 최종 승리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집중하게 만든다. 게다가 부제가 "비화 untold story"다.
달리 말하면 표지의 메시지는 바로 미국 승전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이야기다. 물론 그 사람들이 얼마나 통제받고 제한된 범위에서 일을 했는가와, 나중에 전쟁이 끝난 후에야 자신들이 만든 물건이 수십만을 단번에 죽인 엄청난 무기라는 것을 알고서 그들이 어떤 충격을 받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는지는 가려지고 숨겨진다.
반면, 한글본 표지는 언듯 봐서 이해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원형 물질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어 있고 그 중앙에는 X자 모양이 있다는 사실과, 이 책이 원자폭탄 개발에 대한 것이라는 단서로 추측해야 한다. 핵분열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아무리 검색을 하고 관련 사진을 찾아봐도 확신할 수 없어서 결국 출판사에 문의 메일을 보내더니 핵분열을 상직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라고 회신이 왔다. 그렇다면 중앙의 X자는 사람들이 일했던 도시의 암호명 X인 것이다. 알고 나니 그제야 나는 왜 사진일 거라고 생각했나 싶었다. 원자단위의 분열을 이 정도로 정밀하게 촬영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텐데.
미국책 표지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바로 자국의 위대한 승리에 기여한 숨은 공로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책을 읽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구체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이다. 반면, 한국책 표지의 주제는 는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배열이다. 들뜨고 감정적이기보다는 차분하고 추상적이며, 당연히 핵과 핵분열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아주 유의미한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표지로 인해서 책을 읽는 독자의 소감도 꽤나 달랐을 것이라 짐작된다. 어차피 사람들은 주변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이 표지들에서 책을 시작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