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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Dec 05. 2023

#8. 인류의 미래

미치오 카쿠 / 김영사


물리학자가 쓴 책인데 SF같다. 읽다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과감하다.


생존에 위협이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되면 인간은 "인간의 기질 humanity"를 발휘해서 위기를 극복해 왔고, 덕분에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생명종이 되었으며, 위기를 극복하는 이 기질은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가정이다. 따라서 인류는 소행성 충돌이나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소멸될 때까지 지구에 앉아서 죽을 날을 기다리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우주로 나갈 궁리를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별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다중행성 생명체 multi-planet species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좀 먼 이야기인데 싶다가도 읽다 보면 빠져들게 된다. 인류의 미래가 영원하고 위대하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어떻게 끈이론으로 이름을 알린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가 이렇게 과감하고 도발적일 수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마음 한편에는 일본인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어쩌면 이런 별종들이 있어서 일본이 20세기 초에 미친 규모의 전쟁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미치오 카쿠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뼛속까지 미국인이다. 그래서 그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이고 낙관적이며, 초기 미국에서의 서부개척과 전 세계를 제패한 미국의 역사에서 도전과 모험을 배운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를 위한 위대한 청사진인 동시에 매우 이기적인 인간중심의 우주관을 보여준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우주,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우주에서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희소하고 소중한가를 생각하면 분명히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는 그의 관점이 옳다. 그러나 미국 역사의 바닥에는 말살시키는 것이 마땅하고 정의롭다고 여겨졌던 원주민들이 있었다는 것과, 우주의 스케일에서 인간과 지구가 얼마나 하잘것 없는가를 생각하면 우주차원의 인간중심주의가 얼마나 가당찮은가. 하지만, 나 역시 인간이고 이 모든 것이 앞으로 수백 수천 년에 걸쳐서 일어날 것임을 생각하면 이런 청사진을 즐기는게 뭐 그리 잘못인가.


책 표지가 아쉽다. 특히 미국에서 나온 책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 책표지는 명확하지 않다. 생각을 해야하고 이 분야에 대해 뭔가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 표지 그림은 대기가 풍부한 어느 행성에서 빛이 분광되는 모습이다. 처음 봤을 땐 금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트랜스포밍이 완료된 화성일 것 같다. 저 정도 밀도의 대기를 만들고 자기장을 형성해서 화성을 거주가능행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엄청난 자원이 들겠지만 꿈을 꾸는 데는 돈이 들지 않으니 어떠랴. 하지만, 이 표지를 보고 첫눈에 이런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 표지에 이끌려 서점에서 책을 집어 들 사람이 있었을까?


미국 책의 표지는 생각이 필요 없다. 표지를 보면 바로 안다. 그리고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에서 본 장면들을 떠올리며 상상력을 가동하게 된다.


한국책 표지는 소수집단을 위한 것이고, 미국책은 대중이 타겟이다. 미국 책표지의 100:0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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