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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Dec 07. 2023

#10. 내가 그린 7년간의 유럽 스케치 여행

김용갑 / 깊은나무

서점에 들러서 이것 저것 뒤적거리며 돌아디니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표지그림 때문에 사게 된 책이다.


낭만적인 첫인상과 달리 꽤 특이한 책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과 깨달음 그리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다짐하고 되새기는 화가를 직업으로 삼은 작가의 플롯과, 그리워하던 희미한 옛사랑을 운명처럼 만나지만 너무 건조했고 간결했던 만남이 또 다른 플롯으로 겹쳐진다. 그리고 자신의 여행을 그랜드 투어라 칭하지만 실상은 애초에 유학이라는 제한된 기간과 예산에 맞출 수밖에 없는 나이 든 유학생의 생활과 여행이 덧입혀진다.


얽히고 섞인 플롯처럼 책을 읽다보면 몇 갈래 길을 오가게 된다. 그가 그린 유럽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생각하고, "끝없는 어둠 속에서 오직 작은 도시만이 오렌지 빛에 반짝"이는 모습에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감상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낭만의 뒷면에 그녀의 눈동자에 슬프게" 맺혀있는 다른 플롯으로 끌려간다.


표지그림이 흐려보인다. 어두운 편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휴가나 방학에 맞춰서 여름에 짧게 유럽을 다녀온 사람들이 기억하는 유럽은 밝다. 그들에게 유럽의 낮의 길고 해는 밝고 뜨겁다. 하지만 유럽에 살아본 사람은 안다. 여름이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는 짧기 때문이라는 것을. 제목에서 "내가 그린"을 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자기소개를 '폴 고갱'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작가는"나"를 빼는 제안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작가가 책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 하다 보니 어느 것도 도드러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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