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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Dec 06. 2023

#9. 다세계

숀 캐럴 / 프시케의숲


100명이 모인 곳에서 양자역학 강의를 하면 100개의 서로 다른 해석이 만들어진는 어떤 물리학자의 농담이 딱 맞는 책이다. 파동함수가 붕괴할 때 마다, 사실상 거의 매 순간 새로운 세계가 분기된다는 말은 믿기지 않지만, 우주와 시공간의 원리가 인간의 감각과 지적능력을 훌쩍 넘는거라는데 어쩌랴. 아쉽기는 하지만.


책 제목에 낭만이 없다. 영어 원제가 "Something Deeply Hidden"임을 감안하면 뭐랄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왠지 낭만적이고 직관을 배신하는 듯한 멋진 책제목을 지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그냥 ‘다세대’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양자역학에 대해 설명불가능한 매력과 낭만적인 기대를 갖는데, 정작 약자역학을 하는 과학자와 출판사는 낭만도 멋도 없다.


표지 그림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끊어질 듯 연결된 두 세계 그림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이라는 전형적인 SF적 상상력과 판타지를 자극한다. 블랙홀에서 어찌어찌하면 화이트홀로 나올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시공간이 왜곡돼서 과거나 미래로 가게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왜 오해받을 수 있는 이미지를 썼는지 좀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두 세계가 아주 약하게나마 연결된듯한 모습은 분기된 세계들이 서로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책의 메시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표지를 만든 사람이 SF 매니아여서 이런 그림을 고집했을까? 옳든 그르든간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최소한 재미와 멋이라곤 없는 제목보다는 이런 표지가 낫다. 비록 좀 틀리고 오해를 불러온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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