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사회 / 장 보드리야르 / 문예출판사
후기 자본주의 사회를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이만큼 더 잘 설명한 책이 있을까? 대단한 통찰이다. 심지어 1970년에 출간됐다.
소비하지 않는 인생은 없고, 인생이 소비다. 그러나 우리의 소비는 사물의 기능적 사용이나 소유를 목적으로 하지도, 단순한 과시와 위세를 위한 것도 아니다. 오늘날 소비는 커뮤니케이션과 교환의 체계로서 끊임없이 주고받고 재생산되는 기호 즉 언어활동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의 사회에서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는거다. 사람들은 소비함으로써 발현되는 상징과 그로 인한 타인과의 차이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욕구와 욕망은 어느 한 기표로부터 다른 기표로 계속해서 이동하고 끝없이 도주하기 때문에 결코 만족과 충족은 있을 수 없다. 그런 현대 사회를 자탱하는 것은 공장이나 학교가 아니라, 백화점과 쇼윈도에서 생산되는 욕망의 기호와 고독한 군중들의 손에 쥐어진 투표권이다. 그리고 결국 소비의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육체가 된다.
통렬한 분석과 통찰이 탁월하다. 하지만 먹먹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매트릭스의 네오는 빨간약과 파란약을 선택할 기회라도 있었지만, 나는 모피어스가 없다. 어쩌란 말인가.
책의 메시지가 너무 강렬해서인지 표지가 소박해 보인다. 표지에 있는 자동차와 시계 같은 사물들은 기호체계라기보다는, 소비의 대상으로 보인다. 마치 과소비나 럭셔리에 대한 것으로 보일법도 하다. 메시지 전달이 좀 약한것 같다. 프랑스어 원본 표지가 좀 나아보이기는 해도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가격이라는 신호에 따라 효용을 극대화한다는 합리적 소비자 가설을 표상화한 것으로도 읽힌다. 루카스나 마샬같은 주류경제학자가 쓴 책의 표지로 써도 납득될것 같다. 혹시 영어본이나 다른 판본에서는 어떨까 싶어서 여러 번 검색을 해봐도 신통치 않은 걸 보면, 기호체계속의 인간을 표지에 구현하는 일이 참 어려운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나마 한글본 표지는 제 역할을 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