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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Apr 10. 2024

피아노 여신

피아노 여신이 되었다



나랑 피아노 칠래요?
피아노학원은 참 추억의 장소 같아요.

1. 동네 피아노 학원


누구나 다니는 동네 피아노 학원을 5살 때부터 다녔어요. 피아노학원을 마치면 미술학원에 갔죠. 당시 학원이라는 건  돌봄의 기능이 있었어요. 엄마는 나를 피아노학원에 잠시 “맡겼던” 거죠. 나는 피아노학원에 가서 높은 음자리표도 그리고 포르테도 스타카토도 그리고 쳤어요. 작은 방들이 수십 개 있던 피아노학원은 친절하고 예쁜 선생님이 들어와 잠시 레슨을 하고 또 다른 방 아이에게 가는 형식으로 티칭 했어요.

나는 작은 고사리 손으로 바이엘과 체르니를 쳤어요.

선생님이 다른 아이를 티칭 하러 가면 나는 얼른 내가 치고 싶은 페이지를 펴서 쳤어요. 오늘 진도의 곡은 마음에 들지 않고 내가 잘 치는 곡만 치고 싶었죠.

그럼 선생님에게 혼이 나기도 했어요.

손이 너무 작아 건반이 닿지 않으면 피아노 선생님이 30cm 자로 제 손등을 때렸어요. 손등이 빨개져 서러웠었던 추억의 피아노 학원

몇 번 참다가 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나 피아노학원 그만 다닐래.”

“선생님이 때렸어.”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2. 이수역 피아노학원


성인이 되고 학교를 마치면 피아노 학원에 다녔어요. 이수역에 있는 고급진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 피아노학원. 이화여대 음악과 교수님이 운영하던 어느 피아노학원에 다녔어요.  이곳에 다니며 저는 놀라운 기보력을 갖게 됩니다. 악보가 보였고 피아노가 잘 쳐졌어요.

물론 음악을 전공한 당시 남자 친구의 도움도 컸지만

잠시 신통할 만큼 악보를 읽게 되었어요.


당시 남자친구는 나에게 항상 말했어요.

“기보력은 영어 같아. “  매일 접하면 보면 보여.

“약간의 암기도 필요해 “ 그러니 너도 읽을 수 있어.

마치 까막눈이 영어책을 읽게 되는 것처럼요!ㅎㅎ

피아노도 재밌고 점점 실력도 늘어나는 걸 경험합니다


친절했던 이대 교수님은 점차 성격을 드러내셨고 점차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

교수님은 아주 교묘하게 뭐라 할 수 없게 저를 혼내셨어요. 너무나 교묘하게 비아냥대셨고 이상한 방식으로 저를 혼내셨죠. 성인이 다 된 제 손등을 찰싹 때리거나 수강생들 앞에서 나만 차별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대교수님은 남자 수강생에게 더 친절했어요. 그래서 매우 교묘히 알게 모르게 기분이 나빴어요.


그래서  나는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3. 풍금


내 교실 한 켠에는 작은 풍금이 있어요. 가끔 앉아서 악보를 펼쳐봅니다. 어릴 때 즐겨 치던 고양이 춤도 쳐보고 교과서 동요도 쳐보곤 해요.


피아노는 나에게 첫사랑 같은 것.

좋아하지만 완전히 다 가질 수 없는 그런 것들 같아요.


유년시절의 소중한 경험들

피아노실 그 작은 방에서 딩가 딩가 피아노 치던 고사리 손이 던 나



5살의 나도 현재의 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때  진짜 내가 된다.

작았던 손은 자랐지만 여전히 잘 닿지 않는
건반들을 바라보며.....


변치 않는 건 음악은 마음의 언어다





쉬운 곡을 연주할 때 우아하고 훌륭하게 연주하라. 그것이 어려운 곡을 대충 연주하는 것보다 낫다.

(로베르트 슈만)



화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음악가들은 침묵 위에 그림을 그린다.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또 다른 여신이 되어 돌아 올께요ㅋㅋㅋㅋ
다음악기는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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