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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율 Apr 03. 2024

리코더 여신

리코더 여신이 되었다





리코더 좋아하세요?

어쩌면 전 국민이 태어나 처음 만난 악기는 바로 리코더입니다.

대한민국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등까지 좋든 싫든 만나게 되는 게 리코더죠.


리코더라는 악기는 일명 피리로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대체로 무시당하는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것 같아요. 개그맨들이 개그 소재로 종종 불어서일까요? 영화나 매체에서 재밌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대학시절부터 소중히 간직해 오던. 손에 익은 리코더를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이마트에 가서 9천 원짜리 삼익 리코더를 구입했어요.

마트에서 손에 리코더를 쥐고 있는데 어찌나 그 모습이 어딘가 코믹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피리를 불면 다른 유니버스로 내가 날아갈 것만 같은 망상도 들고....

전우치에서 요괴가 그토록 쫒던 것도 피리(리코더)였죠.


리코더를 불면 왜 무시당하는지 아세요?


바로 초딩들이 불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수가 불면 과연 무시할까요?


누구나 쉽게 접하는 악기가 아닌 대학교수나 특정 직업군이나 계층만 불 수  있는 고가 악기라면요?

과연 무시할까요?

라떼는 문방구


저렴한 리코더 : 라떼는 학교 앞 문구점에서 5000원이었어요.  

대학시절 기악 수업을 위해 14만 원짜리 리코더를 구입했어요. 종로구 낙원상가에 있는 작은 악기상에 들렸다가 소리가 너무 좋아 구입했지요.  음악 비 전공자 대학생에게 고작 플라스틱 리코더에 큰 지출 일수도 있지만 저는 기악시험을 꼭 잘 받고 싶었기에 리코더를 구입했어요.  친구들은 5천원짜리 리코더로 연습을 했고 나는 14만원짜리로 연습하니 확연히 소리가 달랐지요. 28배의 가격차 만큼 소리도 28배 좋았어요. 이후 밤이고 낮이고 리코더 연습을 했어요. 아파트에선 주민 항의를 받을까봐 아침 일찍 대학교에 가서 연습했지요.


그래서 점점 그렇게 나는 리코더 여신이 되어 가고 나의 14만 원짜리 리코더는 내 손에 꼭 맞아졌어요.

리코더의 몸통 손가락이 닿는 구멍들은 내 작은 손가락들과 점점 익숙해지고 맞아지는 느낌들을 기억해요.

세상과 리코더와 나만 있는 유니버스를 경험했죠.

‘머리가 어지러울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악기와 손이 맞아진 경험은 참으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다행히 성적도 A+

그런데..... 그 리코더 며칠 전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내 손에 꼭 잘 익은 악기를 잃어버린 건 참 속상한 일입니다.

악기를 사고 내손에 꼭 익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과 시간의 과정들이 필요하단걸 알기 때문이겠죠.


14만 원짜리 리코더가 아닌  더 저렴한  리코더였어도 더 비싼 리코더였어도 나는 그 리코더를 그리워했을 겁니다..


내 손에 꼭 맞는 리코더야, 어디에 있니?


A+



초딩 대표곡 문어의 꿈


후속작 피아노 여신으로 뵙겠습니다

(나는 5살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또 만나요 잘자요 아가씨
이츠 타임 투 고 투 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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