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이젠 추억
연극 보는 걸 한때는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시간이 나면 혜화에 모든 연극을 즐겨보았다. 그냥, 연극은 조용해서 좋고 뮤지컬은 음악을 듣는 것이 좋았다. 특히, 뮤지컬 ‘빨래’는 혜화의 한 소극장에서 N회차 보았던 기억이 난다.
혜화의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아주 오래된 고즈넉한 식당들과 작은 골목골목 예쁜 상점이 많은 시내의 분위기가 그땐, 참 신선했다. 낙산공원도 여전히 아름다운곳, 혜화
어느 날 연극을 보는데 어느 무명배우가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과 마주했다. 그는 목에 핏대까지 서며 목소리가 다 갈라지며 너무 열심히 연기를 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몰입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배우는 열심히 할수록 그 연기는 발연기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그 배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의 찰나지만, 그 배우와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 민망해하는 감정들이 오갔다.
나는 그날 이후, 더 이상 혜화에 가지 않는다.
너무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어느 무명배우와 눈빛이 마주쳤을 때, 나는 마주하기 힘든 내 안의 감정들을 느꼈다.
말로는 다 형용하기 힘든 내 안의 감정들은 나와 마주하는 걸 힘들어했다.
가령, 내가 발라드 보다 비트가 빠른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발라드는 내 안의 것들과 너무 많이 마주하기에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왠만하면 빠른 비트의 신나는 음악만 듣는다.
그날, 나는 무명배우의 열정 어린 눈빛에서 어떤 민망함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그런 적 있는가? 무언가를 할 때, 내 안의 것들을 너무 자극하기에 더 이상 마주하지 못하는 것들
나에겐 연극이 그랬다.
그것과 마주하려면 너무 큰 노력과 감정의 소모가 들기에 결국, 피해버리고 마는 것들말이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치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