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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 Oct 09. 2022

취향으로 만난 사람들 1

회사원의 사진 전공자 모임

같은 취향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 회사원이 되어서 같은 관심사와 취미의 사람들을 만나는 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설령 만난다 하더라도 그 유대의 끈은 쉽게 풀리곤 한다. 나는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이야 말로 같은 취향으로 모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예술대학의 사람들은 다른 전공과는 다른 실기시험부터 입시 방법에 일찍부터 나와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공부가 아닌, 사진(혹은 다른 분야의 예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면서 여러모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수능이 끝나면 12~1월에 진행되는 실기 시험을 위해 함께 밤을 새우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마지막을 불태운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 초기에는 같은 학원 출신의 사람들과 함께 다니다가, 1년, 2년이 지나 세부 전공을 정하면서 각자 비슷한 취향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남게 된다.


사진을 전공한 사람과는 달리, 일반 회사에 회사원이 된 나는 대학시절의 사람들을 만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들을 만날 때면 '오 과장'이나 '한스 과장'이 아닌, 함께 사진을 공부했던 같은 취향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일을 하다 보면 이성적으로 변하게 된다. 시퍼런 형광등 아래에서 딱딱하게 나뉜 사무실의 내 자리에서 일을 하고, 업무에 대한 내 의견은 숫자로 이야기하게 되며 그 비교의 대상은 늘 작년이다. 학교 사람들을 만나면 반대다. 노란색 백열등 아래에서 '우리'의 취향의 공간에 모여, 빈티지 의자에 앉아 세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양한 표현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비교의 대상도 없어서 좋다. 최근 있었던 일에서 느낀 점들과, 요즘 좋았던 영화나 음악, 전시 이야기, 그리고 각자 친한 다른 학교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 잠시나마 내가 회사원이란 사실을 잊고, 꿈과 열정이 가득했던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때로는 너무나 진지하게, 또 때로는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한 달에 한 번뿐인 이 '모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나는 한 때의 멋진 미래를 그렸던 누군가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원들도 한 때에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회사원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몇 년 동안 전형적인 회사원으로 살아왔고, 무엇에서 삶의 재미를 느끼는지 자각할 수 없었다. 늘 새롭고 즐거운 생각과 일을 꿈꿨지만 현실에서 그런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 시간을 잠시나마 대학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경험하고 있다. 일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치이는 회사에서, 잠시나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면서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 같다. 사진 일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직 늦지 않았고, 무언가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을 것 만 같은, 새로운 기회를 꿈꿔볼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안에만 있지 않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온전한 내가 아니다. 같은 취향으로 만난, 그리고 내가 가장 뜨거웠던 시절에 만난 사람들과 만나며, 회사원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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