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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 Sep 27. 2022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출근길을 기록하였습니다.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2호선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아침 햇살,

지상역에서 환승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길게 늘어선 그림자,

햇살과 그림자가 교대로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


나의 출근길은 이런 풍경으로 시작했다.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담하게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그렇게 예술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학교 4학년, 유학을 떠나고자 했던 나는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전선에 내던져졌고, 작가가 되는 것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꿈이 바뀌게 됐다. 내 손에는 카메라 대신 서류들이 쥐어졌고, 포토샵보다 엑셀이, 사진 속 이야기에 대한 감성적인 평가보다 사업에 대한 이성적인 평가가 중요해졌다. 사진을 전공했지만, 사진작가도, 스튜디오도, 사진기자도 아닌 일반 회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감성적인 감각에, 대학 친구들에게는 이성적인 판단에 명확하게 나의 정체성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렇게 나의 ‘중간인' 생활은 시작되었다.



아침잠이 없던 나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 태양의 모습은, 서울은 물론 나 스스로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태양이 만든 붉은 빛과 구름, 도시 속 건물이 함께 만든 그림자는 내가 겪어온 감정보다 너무나 거대했고, 바람에 일렁이는 햇살이 담긴 나뭇잎과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들은 그 어떤 보석들보다도 반짝였다. 늘 스쳐 지나던 출근길 풍경은 어떤 이야기도 없이 나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회사에서 겪었던 상사의 꾸지람, 동료들 간의 경쟁, 이유 없이 지연되는 결재, 거래처의 난처한 부탁에 할퀴어진 나의 마음, 그리고 늘 그리던 내 꿈에 대한 아쉬움, 이른 아침의 무게를 짊어진 나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2018년부터 나의 출근길과 퇴근길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도 단편적으로, 내 삶의 고찰은 없이 사진을 촬영했었지만, 회사원으로서, 그리고 사진을 전공하고 작가를 꿈꾸었던 한 학생으로서 ‘출근길'의 어느 한 풍경에, 회사원의 삶과 나의 꿈을 덧대 사진으로 옮겼다. 그렇게 #한스는출근중 은 시작되었다.


나의 ‘출근길’은 어쩌면, 묵묵히 같은 길을 오가는 우리 ‘회사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중에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 ‘돈을 벌면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처럼, 학창 시절부터 이어온 고민은 회사원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우리는 회사원임과 동시에 늘 자신만의 꿈을 꾸며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 나는 이 출근길의 기록으로 우리 ‘회사원’들을 응원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회사원이 되기 전부터, 혹은 회사원이 된 이후로 현실과 꿈의 사이를 떠도는 회사원들, 일자리를 찾아 먼 거리로 출근하는 회사원들, 업무와 커리어로 고민하는 회사원들, 그리고 사내 정치나 특유의 문화로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 회사원들. 이러한 삶의 반복에도 우리는 출근을 한다. 이러나저러나 현실의 삶은 중요하니깐 말이다. 나는 출근길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여러분의 출근길도 각자의 특별한 감정들을 품고, 회사원이 아닌 진정한 ‘나'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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