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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 Sep 29. 2022

하루를 시작하며 바라보는 출근길 풍경 이야기, 시작하며

#한스는출근중 #우리는출근중

연차가 쌓인 건지, 제법 성장한 건지,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빛으로 한번, 색으로 한번,
그리고 온기로 한번,

특히 해가 늦게 뜨는 겨울의 태양은
빛과 색, 온기가 한층 더 강하게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어떻게 살아왔든, 우리는 출근을 한다.


우리는 아침마다 일어나 어디론가 향한다. 여러 번의 알람 소리에도 잠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비몽사몽 일어나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나가야 할 시간에 다다를수록 조금씩 분주해진다. '어제 조금 일찍 잠들걸...', '첫 알람에 일어날걸...' 이런저런 후회를 하며 집을 나선다.


초등학교 6년의 시간, 그리고 중, 고등학교의 6시간을 거치며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우리는 청소년을 졸업하고 성인으로 입학한다. 누군가는 바로 취업을, 또 다른 이들은 다음 학업을 이어가고 다음 목표를 이루지 못한 이들은 다시 도전을 통해 다음을 준비한다. 이렇게 맞이한 20살, '성인'의 자유에서 오는 해방감과 앞으로 내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고개를 어디다 둘 지 모른다. 따뜻함과 눈부심 사이 어딘가의 아침 햇살을 즐길 여유도 없이, 붉고 푸르게 물든 하늘을 바라볼 겨를도 없이,


열세 살을 한 달 앞둔 12월, 나는 용인의 어느 시골로 이사를 했다. 지금이야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지만 아직까지도 산과 밭으로 둘러싸인 곳, 버스정류장까지 2.5km가 넘었고, 버스 배차도 30분이 넘었던 동네였다. 중학교 시절까지 공부에 별다른 취미가 없었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냈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생각도 안 하던 그 시절은 그야말로 시간에 몸을 내던진 채 살았던 것 같다. 몇 번의 도전 끝에 사진학과에 입학했다. 캠퍼스 근처에서의 두어 번의 자취생활과 독일로 떠난 교환학생 생활 6개월의 시간을 뺀다면 졸업 후, 회사원이 되어서야 시골에서 완전하게 독립할 수 있었다. 서울, 그렇게 나의 도시 생활이 시작되었고 서울 상도동에서 마음이 잘 맞던 학교 친구와 함께, 1년의 기간을 두고 동거가 시작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회사원은 군대에 입대하는 마음으로 첫 출근과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집-회사-집-회사를 반복했고, 하늘의 빛과 도시의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갑작스레 회사원이 되었던 나는 다른 곳에 관심을 두거나, 여유를 즐길 수 없었고, 회사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사진 분야에서 학업과 일을 함께 하던 친구와는 달리, 나는 완전히 '회사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면 사진에 대한 여운과 내 과거의 꿈에 대한 아쉬움만이 남았다. 회사원인 나에게 그런 대화는 점점 희미해져 갈 뿐이었다. 그렇게 완전히 회사원이 되어갈 무렵, 친구였던 동거인과의 약속된 1년이 지난 후 나는 연희동에 어느 원룸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2014년의 연희동은 지금의 그곳만큼 재밌는 곳이었다. 여러 골목길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과 카페, 가게들은 동네를 산책하던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골목을 거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기에 산과 대학 캠퍼스가 있던 연희동은 출근길에서 다양한 풍경들을 경험할 수 있는 동네였다. 마을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10여 분의 걸음.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운치와 풍경이 나의 출근길을 반겨주었다. 상도동에서 바짝 긴장하며 보냈던 회사 1년 차의 나의 시선은 늘 언제나 땅을 향했었다. 연희동에서는 늘 하늘을 바라보고 햇살의 따뜻한 온기와 공기의 무게를 피부로 느끼며,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회사로 향했다. 연차가 쌓인 건지, 제법 성장한 건지 조금씩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태양은 모든 풍경을 경이롭게 만든다. 특히 도시에서의 태양은 경이로움 이상의 감정을 선사한다. 우리들의 하루를 응원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한강을 건널 때의 태양은 늘 나를 안아주고 품어주었다. 빛으로 한번, 색으로 한번, 그리고 온기로 한번, 특히 해가 늦게 뜨는 겨울의 태양은 빛과 색, 온기가 한층 더 강하게 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에,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에, 이른 아침, 얼어붙은 출근길의 내 마음도 조금씩 녹아들었다.


어떻게 살아왔든, 우리는 출근을 한다. 직장과 삶의 방식에 따라 여러 시간대에 출근을 하고, 그 출근길에서 다양한 풍경을 경험한다. 비록 우리의 꿈과 이상, 미래와는 거리가 있는 곳으로의 출근길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와 늘 쌓여있는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야만 한다. '오늘’이란 시간에 몸을 맡기며 늘 거치는 출근길의 하늘과 공기, 조금만 여유와 관심을 갖는다면 그 출근길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면, 늘 반복되는 하루의 출발과 시작은 어쩌면 평소보다 다르고 특별해질 것이다.


작가를 꿈꾸다 회사원이 된 나의 출근길을 사진으로 기록하면서 내 하루의 출발이 조금씩 달라졌다. 상쾌하고 삶에 행복을 채워주는 그런 출발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래도 그 기록 속에 담긴 나의 마음은, 다시 돌아보니 밝은 생각과 긍정적인 에너지에 가까웠다. 여러분의 출근길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지만 나의 출근길 풍경과 마음가짐이 다르다 하더라도, 복잡한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온기가 여러분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런 출근길을 거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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