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휴가는 충만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지만 돌아와서는 한동안 리듬이 회복되지 않아 붕 뜨는 나날을 보냈다. 마침 하반기 인사시즌이라 회사 전체가 뜬소문과 까닭 없는 흥분으로 들떠있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일주일 넘게 쉬어본 게 처음이라 복귀 후의 일상이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번아웃인가? 최근 1년은 말 그대로 나를 불태우며 일하긴 했지. 하지만 별로 불태운 적 없는 글쓰기까지도 말썽이었다. 고갈된 아이디어, 엉성한 문장, 무엇보다도 성실할 의지를 상실한 나의 신체... 지금 나에게 이런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생각하며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여름을 맞았다.
한 글자도 적질 못하겠을 때, 너무 구려서 다시 읽을 용기가 안 나는 글밖에는 못 쓰겠을 때, 그럴 땐 아무래도 남들이 쓴 글을 끄집어보는 게 좋다. 그걸 시각화한 영상물도 좋고. 최근에는 그 핑계로 대본을 몇 개 읽었고 TV를 자주 봤고 영화관을 매주 들락거렸다. 세상에 나온 남의 작품이라는 건 안 그래도 잘 쓰는 사람의 글을 교열과 검수와 편집으로 다듬어 선보이는 것이라, 보다 보면 '레퍼런스용'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잊고 그저 몰입해 보게 될 뿐이다. 드물게는 정말 감탄과 질투까지 일으키고야 마는 작품 또한 있다. 어떻게 이런 구성을.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이런 서사를...!!
잘 쓴 남의 글을 읽으면서 영감을 얻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으면 좋을 텐데.. 요즘엔 그런 지경까지 가지도 못한다. 그저 순수한 질투의 감정만 남는다. '부럽다. 어떻게 저런 글을 썼지. 나도 저렇게 쓰고 싶은데.. 안 되네. 부럽다. (에이씨!)' 아무런 발전이 없는 이런 사고의 흐름이 계속되는 건, 잘 쓴 남의 글 뒤에 켜켜이 쌓아 올려진 시간을 내가 애써 모른 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게 꾸준함과 성실함의 결과물이라는 건 외면하고 설익은 질투심에 발버둥 치고만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럽다. 정말 부럽다. 아무래도 이 마음이 좀 더 생산적인 쪽으로 흘러가도록 길을 터줘야겠다. 시간의 힘을 믿으면서, 답이 없는 시간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면서, 질투가 나의 힘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