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과 이런저런 모임이 몰아치며 12월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고 있다. 언제 12월이 됐지- 놀라며 달력을 넘기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 해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사실 이런 연말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마찬가지라, 나이를 소개할 때 두세 살 범위에서 여러 숫자를 더듬는 습관 역시 내년에도 여전할 것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감각, 이루지 못한 일들을 뒤로한 채 얼렁뚱땅 또 새 출발을 해야 한다는 감각이 주는 찝찝함, 속수무책임 같은 것들은 좀처럼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건 사람들이 갖는 12월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한 해를 함께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하고 미워한 이들을 용서하는 마음. 잊었던 사람들에게는 다정한 안부를,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 본 사람에게는 겸연쩍어 표현하지 못한 진심을 전하게 되는 마음 말이다. 시리게 추운 길 위에서 만난 붕어빵 집의 복닥거림이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연말은 사람을 좀 새삼스럽게 만든다.
12월의 마음으로 생일도 아닌 사람들에게 줄 몇 가지 선물을 사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무늬가 그려진 양말,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아로마 오일, 만년필용 노트 같은 것들을. 전쟁 같은 일터에서 함께 부대낀 동료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한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 후회투성이인 1년을 보냈을지라도 선물처럼 또 한 해가 주어진다는 사실이 바로 이 사람들 덕분에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