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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둥파파 Jan 30. 2023

네 쌍둥이의 3번째 생일

30년 같은 3년이 지났다.

네 쌍둥이의 3번째 생일


2019년 12월 22일.

오후 10시 22분. 


아이들은 응급 수술로 태어났다.

32주 4일 동안 엄마 뱃속에서

비좁게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놀란 이유는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스러워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너무 작아서였다.


아이들의 얼굴은 정말 주먹만 했고

그 작은 얼굴에 눈, 코, 입이 다 있는 게 너무 신기했다.


아이들은 세상에 너무 일찍 나와

인큐베이터에서 약 2주를 보내고 퇴원했다.


퇴원했을 때 아이들은 여전히 작고 가벼웠다.

한 손으로도 거뜬히 들 수 있었다.


신생아 시절에도 아이들은 정말 달랐다.

잠을 잘 자는 아이, 안 자는 아이, 밥을 잘 먹는 아이, 소화를 잘 못하는 아이,

등 센서가 예민한 아이, 흔들어야 자는 아이 등…aaaaa


 각자의 성향과 기질에 맞게 돌봤다.


아이들이 크고 교감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엔 경험하기 힘들었던 ‘아이가 주는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행복은 육아에 지친 나를 달래주었다.


아이들이

기어 다니고

스스로 일어나려 하고

일어나서 걷는 모습들을

순차적으로 보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점점 크기도 커지고

목소리도 커지고

기능이 하나하나 추가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시간이 가긴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꼈다.

‘이 아이도 언젠가 커서 나에게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는 날이 오겠지?’


그 순간은 생각보다 일찍 왔다.

아이들은 어느새 나에게 잔소리를 한다.


이제 아이들이 태어난 지 만 3년이 되었다.

지금의 아이들을 보면서 드는 몇 가지 생각들이 있다.

하나는 ‘지금이 아이들이 가장 귀여울 때겠구나..’라는 생각이다.


나는 교회에서 초등학교 1년 아이들의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에 순수한 아이들의 쿨함과 에너지를 좋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초등학생 아이들의 에너지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교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8살이 된 아이들이 주는 공포심이 생겼다.


그 이유 외에도

우리 채널의 댓글만 봐도 그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게

우리 채널에도

‘이때가 가장 좋을 때다’라는 식의 댓글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8살이 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고

솔직히 무섭다…


실제로 나는 지금이 좋다.

아이들이 더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우유를 쏟고

양치를 해줘야 하고

양말을 거꾸로 신는 아이들을 보면

언제 크냐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노래하고

엄마, 아빠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고 좋다.


또 한 가지 생각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는 생각이다.


3년 동안 아이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조금 아쉽긴 하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아픈 시간이 많았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해서


올해엔 다양한 곳으로 놀러 다니질 못했다.

늘 다니던 곳만 갔다.


내년에는 아이들과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생각은

‘건강해서 고맙다’라는 생각이다.


두 달이나 먼저 세상에 나와

1킬로 대로 태어나 이만큼 커줬다는 점이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물론 감기를 달고 살고

올해 입원만 5번 정도 했지만


크게 아픈 적은 없이 

쑥쑥 커 주었다.


같은 또래에 비해 조금 작고

기능이 적을 진 몰라도

정말 건강하고 씩씩하고

시끄럽고 유쾌하다.


물론 나와 아내는 그런 아이들을 버거워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없을 때

우린 아이들을 씹어 재낄 때(험담)가 있다.

‘아니 걔는 왜 그래,,?’

‘그러니까’

‘누굴 닮은 건지..’

‘난 아닌데..?’

하지만

우리가 항상 마지막에 하는 말이 있다.

‘그래도 건강하잖아..’

‘그럼 됐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대화라고 생각한다.


아제 만 3세가 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얘들아… 만 3세가 되면 미취학 아동으로 분류되어 뷔페를 가도 돈을 내야 해… 그간 다녔던 뷔페는 이제 부담돼서 자주 못 가.. 미안하다.”


농담이고 

올해는 어린이집도 가고

말도 많고

목소리도 크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 너희들을 보면서

아빠는 정말 뿌듯하다.

너희들의 생일을 너무 축하하고 사랑해


아빠는 너희에게 바라는 게 많지 않아.

내년에는

건강하고…


엄마아빠 말 좀 잘 듣고

아빠가 오라고 하면 바로바로 와줘.

밥도 좀 해주는 데로 먹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줘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옷 입힐 때는 도망가지 말고

양치는 해주면 좀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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