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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Jan 22. 2017

[16.05.20] 꽃의 도시 그리고 젖은 맥도날드.

코르도바 당일치기


 오늘은 코르도바를 여행하는 날!


그날 그날 써두었던 여행기를 열어 정리를 하며 글을 쓰는데, 너무 웃긴 것이 모든 글의 시작은

'억지로 일어나서 …' 이다.


이날도 역시 '억지로 일어나서렌페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서 유럽에서 처음으로 택시 탔다. (정말 처음!!!!!!!! 프랑스에서도 한 번도 안타봤는데!!!!) 다행히 일인당 3€ 정도. 겨우 기차역에 딱 맞게 도착해서 기차에 올라탔다. 음악을 들으며 그냥 잠을 청했다. 피곤한데 '억지로 일어나서' 힘겹게 나왔기 때문에... 70분 정도 걸려 코르도바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꽃의 거리로 갔다. 근데 꽃화분이 한 군데 모여있는게 아니라 골목 골목 숨어있어서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메인 거리가 어디지?




 어제 밤부터 배가 고팠는데, 오전 11시까지 물도 못 마신 상태라 헤매다 발견한 골목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엄청 찐득한 초코 케이크 한 조각에 4€...ㅋㅋ 웃음만 나왔다. 스페인에서? 기가찼지만 너무 당 떨어져서 그냥 먹었는데, 오래된 건지 겉면이 굳어있고 마지막엔 심하게 달아서 속이 니글거릴 지경이었다. 잔돈도 작은 단위의 동전을 한가득 줘서 지갑에 다 들어가지도 않았다. 스페인에서의 워스트 두번째.






 아픈 배를 부여잡고 계속해서 거리를 둘러보았다.




 점점 해가 강렬해져서 성당으로 들어갔다. 입장료가 8유로였지만 일단 들어갔다. 

내부는 엄청 시원ㄴ했다. 이미 땡볕에서 많이 걸은 상태라 우리는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입장하자마자 쉬어야만 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파이프오르간 연주 소리가 들려서 같이 들으러 갔다. 




 본 적은 많지만 소리를 들어보는 건 처음이었던 파이프오르간. 많은 사람들이 감상했다.


 


 아쉬운 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이미 너무 큰 감명을 받은데다, 무교인 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어머니는 불교신자이시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가족은 무교인지라 평소에 종교를 접하지 못했었다. (특히 서구) 유럽에 와서 정말 많이 한 생각인데, 무교일지라도 따로 종교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신론자이지만 지구의 수많은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믿고, 과거의 사람들도 믿었으며 그것을 토대로 문명은 발전하였고 문화가 이어져왔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종교를 빼놓고 논할 수 없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교로 인해 탄생하고 소멸하고 싸우고 이룩해온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의 무지가 부끄러워졌으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영역에 관심을 갖지 않고 20년 이상을 살아온 것에 회의를 느끼는 요즘이다. 



 14시쯤 성당을 벗어나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는 라따뚜이를 맛있게 먹었다. 스페인에 와서도 끊이지 않는 프랑스 가정식 사랑!




 그리고 로마교를 보러 나갔는데 너무 햇볕이 따가워 (뜨거움을 넘어선) 몸이 다 녹아버릴거 같았다. 그래서 그늘에서 예진이와 이야기하며 쉬었다. 그리고 바로 렌페역으로 갔다. 다시 세비야로 돌아갈 시간!


코르도바 렌페역에 있던 꽃. 참 예쁘다





 세비야 기차역에 내렸다. 역에 있던 맥도날드에서 3.9€ 세트를 사서 버스탔다. 집 근처에는 없어서 미리 산 건데 여기서부터 고난의 시작..! 하루라도 이야기 보따리가 생기지 않는 날이 없다. 그게 여행이지.


  역 부근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선 버스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그런데 예진이와 나 둘 다 핸드폰이 꺼져서 감으로 걸어야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중 누구도 길 찾는데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지 못했다.. 아예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와버려서 16분을 다시 걸어야 도착하게 되버렸다... 결국 예진이 폰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해서 겨우겨우 어찌어찌 찾아가고 있었는데 


 맥도날드에서 산 환타와 콜라가 참방참방 넘치고 있었다. 담겨있던 종이가방이 흠씬 젖어서 찢어져버렸다. 그 끈적하고 달콤한 음료들이 옷에 다 스며들고 땀은 미친듯이 흘렀다. 잘 가다가 또 길이 이상해졌고 이번엔 내가 길찾기를 눌러 겨우 도착했다. 10분 갈 거리 40분은 걸린듯..... 와서 맥도날드 가방을 열었더니 빵은 주스에 다 젖었고 주스(다 넘치고 겨우 남아있던)는 얼음이 다 녹아서 물 맛이 났다. 얼음을 빼달라고 했어야했는데 참. 집까지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지. 


 너무 더워서 일단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씻고 나오니 파라다이스. 





 몸이 고단해서 내일 아침 예약한 알카사르를 버리기로 했다. 우리 둘 다 너무도 힘들었다. 아 어떻게든 되겠지, 예약은 해뒀지만 가지말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수행'해나가는, 극기훈련과 다를 바 없는 학창시절의 수학여행같은 그런 여행은 하지 말자며. 

그리고 낼 점심은 꼭 어제 실패한 한국식당을 가자며. 


 불도 끄고 누웠는데 너무 더워서 천장에 있는 전등에 달린 날개(?)를 작동시켜 보았다. 구식 호스텔이라 그런지 따로 냉방시설은 없고 전등에 달린 날개(?)가 바로 선풍기였다. 이 호스텔의 역사가 좀 길어뵈는데, 먼지가 있을 것 같은데- 많이 찝찝했지만 더운 우리는 틀어 두기로 했다. 


탈탈탈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떠들었다.

그래도 낭만적이었다. 왜냐면 오늘은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밤이니까. 열어놓은 창 밖에선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낯선 스페인어가 들려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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