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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Feb 10. 2022

여자 정형외과 의사로 산다는 건

여자 정형외과의

  단도직입적으로 한 가지만 여쭤보고자 한다. 


여자 정형외과 의사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병원 광고의 진실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형외과 병원에서 일은 하고 있으나 정형외과의가 아닌 선생님들 말고, 정말 여자 정형외과 의사를 보신 적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수년 전 통계이기는 하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여자 정형외과 의사가 여자 비뇨기과 의사보다 적다. 이 이야기를 의료인이 아닌 주변 지인들에게 들려주면 아니 대체 왜? 비뇨기과보다도 정형외과를 안 해 하시는데, 이 바닥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그럼 여자가 정형외과를 제일 안/못하지라고 생각하실 거다. 


  이런 맥락으로 맘 카페에 남자 선생님이 부담스러워서 여자 정형외과 선생님 찾아가고 싶다는 글을 보면, 혼자서 쉽지 않으실 겁니다, 라는 생각을 한다. 



  여자 정형외과 의사가 없는 이유는 우선, 정말 정말 정말 수련 과정이 힘들다. 인생에서 사 년이 힘들어 봤자지 라는 마음으로 나도 시작했지만, 이 힘듬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사실 남녀를 떠나서 웬만함 멘탈로 견디기가 쉽지 않다. 정형외과는 머리 아래의 사지를 다루는 학문이고, 뼈, 근육, 관절 인대 등을 다루게 된다. 사람 다리 하나는 한 손으로 번쩍 들 수 있어야 하고, (기구를 사용하긴 하지만) 생뼈를 부러뜨릴 수 있어야 한다. 수련과정 중에 나름 여자 치고는 좋은 체격과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계를 많이 느껴서, 정형외과의 꽃이라고 하는 척추나 무릎이 아닌 소아 및 미세 수술을 내 세부 전공으로 골랐다. 요즘에는 오히려 여자로의 섬세함이 강점이 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어서 옛날처럼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정형외과는 사실 애매한 학문이다. 미용을 하는 과처럼 돈을 엄청 버는 것도, 암환자를 살리는 것처럼 의사로서의 보람이 엄청나지도 않다. 이 애매함이 나는 좋아서 정형외과를 선택했다. 신도 아닌 내가 사람의 목숨줄을 잡고 흔드는 일은 자신이 없었으나, 그래도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며 도움이 되고 싶었고, 무엇보다. 진단 따로, 수술 따로가 아니라 내가 환자를 처음부터 보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아마 여자 정형외과 의사가 전체 정형외과의사의 1-2% 정도 될 텐데, 이렇게 남초를 넘어서 정말 나만 여자인 상황에 있으면 나름의 장점도 재밌는 일도 많다. 특히 나는 상당히 중성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정형외과 남자 의사라고 생각한 결혼 정보 업체에서 정말 엄청난 전화를 받았다. 나의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를 듣고, 보통은 당황하거나, 아님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바꿔달라고 한다. (내 전화를 내가 받지 누가 받나...)



 남자가 많은 곳에 여자가 하나 있으면 '꽃'이 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바람결에는 들어봤으나 이 바닥은 꽃이 살아남을 수 없는 바닥인지라 꽃으로는 크지 못하고 선인장으로 키워졌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 우리 딸은 나같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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