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개월 아기 입원기
9년의 육아 경험을 되짚어 보면, 아이들이 크게 아팠던 적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둘째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입원을 한 거고, 다른 하나는 우리 큰 아이가 수술을 했던 거다. (엄마, 아빠가 다 의사여도 입원과 수술은 피할 수 없었으니,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 부모님들이라면 함께, 같이 기운을 내자고, 그건 부모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특히 둘째의 입원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는데, 부끄럽게 그지없는 이야기를 하며 어머님들과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둘째가 태어 난지 40 여일쯤 되어, 아이가 출산휴가 중이었다. 당시 남편은 군 복무 중으로 첫째 둘째를 다 데리고 친정에서 지낼 시기였다. 11월의 어느 날,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감기를 걸려왔다. 감기 자체가 심하진 않았고, 콧물 좀 흘리는 정도여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첫째가 콧물 흘린 지 하루 이틀 지나서 모유 수유하는 둘째가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당시 모유 수유 중이어서 정확히 먹는 양은 파악이 어려웠던 상황인데 잘 안 먹나? 하는 느낌 정도만 드는 상태여서 일단 좀 더 경과를 보기로 했다. (이 시점에 사실 병원을 갔어야 했다.)
다음날도 오전 내내 컨디션이 좀 안 좋나 보다 하며, 경과를 보는데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라도 나는 병원에 갔어야 했다.) 모 열이 나나 보네, 그래도 잘 노니까 모 하며,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두 아이 육아에 정신이 없었다. 저녁 수유를 하려고 하는데, 아이가 젖을 빠는 힘이 현저히 약해졌다. 젖을 잘 빨지 못하는 우리 둘째를 보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시간은 6시고, 갈만한 동네병원은 슬슬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첫째만 엄마에게 부탁하고 둘째를 아기띠에 들쳐 없고 택시를 타고 바로 종합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종합병원 응급실은 전적으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서 치료가 진행된다. 열이 나는 1개월 환아는 모든 과정이 기다림 없이 착착 진행되는 걸 보고, 빨리 진료가 진행돼서 다행이라는 감정보다는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이 앞섰다.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의학 용어들로 이미 응급실 소아과 선생님에게는 의사라는 게 밝혀진 뒤였다. 추가적인 병력 청취와 검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생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언제부터 이렇게 열이 났어요?"
"아마... 엊그제요?"
"엄마 의사라고 하지 않았어요?"
네 맞습니다. 저는 엄마가 의사인데, 한 달 남짓된 신생아가 열이 나는데도 병원에 안 데려갔어요. 언제부터 젖 먹는 양이 줄었는지는 체크도 제대로 안 해서 모르겠어요. 여러 말들이 목구멍에서 삼켜지고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엄마가 병을 키웠네"
빵. 마지막 확인 사실 후, 나는 꼬박 3일은 둘째 옆에서 밤일 지새야 했다. 지은 죄가 있어 차마 남편한테 번갈아서 병실을 지키자는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3일은 내리 좁디좁은 어린이 병원 침대 위에서 같이 잤다. 하필이면 병실이 없어 일인실은 이인실로 개조한 병실이라, 보호자 침대가 따로 없었다. 다행히 우리 둘째는 RSV 바이러스로 큰 합병증 없이 진료가 종결되어 퇴원하였으나, 만약에 뇌수막염 등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후로는 아이가 조금만 아프면 소아과 친구들을 들들들 볶고 논문을 찾고 책을 본다. 의과대학 졸업 후 고이 모셔 노았던 천페이지 가까운 넘는 소아과 교과서도 열심히 다시 정독하였다. 이렇게 또 엄마가 되고, 의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