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힘내요!
워킹맘을 시작할까 고민하는 분들께 한 번쯤은 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이 둘 출산 휴가 각 3개월 + 이직 준비 겸 육아 휴직 3개월 9개월을 제외하고는 73개월 중 64개월을 하염없이 워킹맘으로 지내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한번 올려 볼까 합니다.
복직을 할까? 파트타임을 시작할까? 지금은 아이에게 집중하는 게 맞을까 여러 고민이 있을 시기에 그러한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우선 누가 주 양육자가 되어 줄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저는 시댁과 친정이 모두 거리가 있어서 결국 부모가 주양육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여러 상황상 남편은 주양육자를 못+안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이모님을 만나면서 제가 느낀 건 이모님은 주양육자가 되어 줄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아이가 건강히,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때로 현실은 드라마보다 잔인합니다. 극단적으로 아이가 다쳐서 응급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응급실에 당장 달려가서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보호자가 되어줄 사람을 누가 할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다 계획을 세우자는 말은 아닙니다.)
2. 하루는 24시간입니다.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세요.
내가, 엄마가 주 양육자를 하여야 하는데 일에도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결국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다행히 누군가가 주 양육자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어디까지를 주양육자가 하고 어디까지를 내가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하여야 합니다. 내가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하고 아이를 케어하는데 일정 시간을 꼭 드려야 한다면 파트타임이나 좀 더 워라밸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맞겠죠.
반짝반짝 예쁜 유리공을 저글링 한다고 생각하면, 저글링 하는데 딱히 재능이 없음 + 나 혼자서 저글링을 하여야 함: 이런 상황에서는 3-4개의 유리공을 저글링 하는 게 한계입니다. 이 상황에서 7-8개의 공을 돌리고자 하면 공이 깨지기 마련입니다. 내가 돌릴 공을 정확히 고르고 집중하는 게 중요합니다. 같이 저글링을 돌려줄 사랑들이 있다고 하면 7-8개의 공도 돌릴 수 있죠, 하지만 이 경우도 누가 어떤 공을 돌리지 분담이 되어야 공을 깨뜨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법입니다. 저는 제 상황에 맞지 않게 일에 욕심을 냈었고, 일과 아이는 그럭저럭 돌아갔지만 개인적으로 건강이 많이 상했습니다. 이런 실수를 다른 분들이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물리적 시간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직장의 위치에 따라서 이사를 한다던지 하는 문제를 결정하시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내가 주 양육자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출퇴근하는데 2-3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살고 있다면 결국 일 욕심을 버리던가, 아니면 직주근접이 가능한 생활환경을 만들던가 하는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로또를 사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같다고 봅니다.
3. 더하기는 눈에 띄지만 빼기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차피 모든 것을 가질 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결국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게 되죠. 장단을 비교할 때 흔히 놓치는 점이 긍정적인 것이 더해지는 것 (수입이 증가한다. 아이 공부 봐줄 시간이 증가한다) 등은 모두가 인지 하는데 부정적인 요인이 제거되는 것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가 집에서 케어 함으로써 아이가 다칠 확률이 줄어든다, 같은 부분은 쉽게 간과되죠. 특히 확률을 올리고 내리는 변화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음주운전을 하면 사고가 꼭 나는 건 아니지만 음주 운전을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증가하고, 이러한 확률의 증가가 운전자 본인을 포함한 사망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음주 운전을 하지 말라고 하듯이, 30대, 40대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과, 50-70대 할머니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같을 순 없습니다. 한번쯤의 덜어내지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면 좀 더 좋은 선택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4. 마지막으로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습니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모든 걸 다 가진 거 같다면 그건 누군가가 희생하고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 있으니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갑시다!
제 주변에도 너무나 멋지게 일과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 저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하였습니다. 근데 결국 그런 분들도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아이들 학원을 알아봐 주는 것 까지 친정 엄마가 도와주신다거나, 시댁과 합가 하여 있으면서 집안일 등을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되시는 상황이라던지 저와는 조건이 다 다른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분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 먹는 건 나와 재벌 2세를 비교하며 왜 나는 재벌가에서 못 태어났을까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벌 2세와 내 삶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살지 않듯이, 우리는 그냥 우리의 길을 가면 됩니다.
우리 모두 힘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