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도 어렵지만 제목을 붙이는 건 더 어렵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해한 것에 이름을 붙이는 건 더 어렵듯이 말이다.
가을이 빠르게 지나간다.
준비되지 않은 입동을 마치고 여미는 옷깃으로 겨울이 조금씩 들어온다.
창밖의 풍경이 따뜻한 노란 단풍에서 점차 스산한 갈색으로 짙어진다.
비 한번 짧게 내렸다고 나무들은 벌써 겨울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물에 젖은 단풍은 유난히 더 쓸쓸하고 스산해서
이 계절에 곧바로 익숙해지지 못하는 나를 본다.
매년 계절마다 빠르게 적응하는 자연을 보면 고도로 발달되는 인간도 결국 그보다는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따뜻한 옷을 입고 겨울을 맞이할 수 있듯이
삶에 들어오는 많은 일들을 대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뜻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최선을 다해도 아무 소용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몸에 힘을 꽉 주고 애쓰지 않아도 지나가는 것들도 있고 말이다.
나무가 옷을 벗고 앙상하게 말랐다가 다시 새순을 피워내듯
삶도 사람도 시기가 있는 거라면
겨울 같은 순간에도 조금은 위로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