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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박씨 Dec 20. 2019

게임 산업 생태계 구축, 믿어 봐도 될까요?

전지적 게임 개발자 시점 _ 6편

http://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3666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912187051v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도 비슷한 모양이다. 얼마 전 자체 플랫폼을 거론한 후에 엔씨의 자체 플랫폼에 대한 기사나 나왔고, 플랫폼과 생태계에서 이야기하니 생태계를 위한 협력 기사들이 흘러나온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18일 판교에서 이름만으로는 믿음직해 보이는(?) 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모였다. 

건강한 게임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기사가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지 않겠지만, 개발자의 시선에서 그들이 계획하고 있는 방향이 정말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할 밑거름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건강한 생태계는 탄탄한 플랫폼 위에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최고 수준의 영국 축구 리그는 매년 엄청난 수입을 창출하는 영국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개인적으로 유럽 축구를 좋아하고 즐겨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서로 본인들의 경기력을 뽐내고 경쟁한다. 그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되고 경쟁력을 가진 선수들에겐 천문학적인 몸값이 주어진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가고 사람들의 관심도 옮겨가는데도 현지인들은 본인들의 가족이 대대로 응원하고 있는 팀들을 응원한다. 영국에서는 3대에 걸쳐 한 팀을 응원하고 열성을 다해 지지하는 모습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이런 강력한 경쟁 안에서도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어 온 비결을 무엇일까. 'EPL'로 불려지는 영국 축구 리그를 통해 건강하게 구축된 생태계를 잠시 들여다보자. 


지역에 기반을 둔 팀과 서포터스

    유럽 축구의 수많은 팀들은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물론 다른 지역의 팀을 응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본인들의 지역을 팀을 대대로 응원한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계속해서 지지하며 긴 안목으로 함께 성장을 고민한다. 하위리그의 작은 팀부터 상위리그의 대형 팀들까지 이런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는 그에 따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서로 간의 인식은 장기적인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낸다. 성적, 경영 방식, 선수의 이적과 관계없는 위와 같은 상생이 EPL 리그가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 

    게임 산업도 수많은 소형, 중형, 대형 개발사들의 경쟁의 장이다.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플랫폼 위에서 경쟁하고 상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협약을 통한 지원이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 개발사의 성공은 단기간 지원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산업 생태계, 특히나 균형이 무너진 산업 생태계를 다시 복원하는 작업은 엄청난 기다림과 지원, 그리고 가능성과 비전을 가지고 긴 안목으로 해나가야 하는 일이다.

    이 관점에서 이번 협력의 큰 축을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게임 산업의 생태계를 계속해서 현재의 플랫폼 '모바일 게임' 안에 두고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미국 서부 시애틀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Hololens' 홀로 그래픽 플랫폼을 꾸준히 연구 개발 중에 있다.

    세계 시장은 VR, AR, 스트리밍, 진화된 콘솔 게임, 에픽, 스팀 등의 PC 기반 플랫폼, 닌텐도로 대변되는 휴대용 기기 플랫폼.. 등의 경계가 없는 플랫폼 경쟁과 진화를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게임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모인 모임이 모바일 기반 플랫폼 협회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좁은 시각 안에서의 접근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세계 4위의 게임 시장이다. 

    모인 개개인들의 이면을 보면 그 방향성이 더욱 확실해진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기기 개발사이고, 원스토어도 모바일 플랫폼 위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함께한 네이버, 유니티 역시 모바일 기반 플랫폼 강화에 관심이 있을만한 기업들이다. 결국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모임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모바일 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대기업들의 단합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쟁을 통해 분류된 리그
현재 방영 중인 '으라차차 만수로' 영국 13부 리그의 팀을 인수해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 축구의 또 다른 특징은 수많은 리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최상위 리그를 '프리미어 리그'라고 부르는데 탑 5개 레벨의 리그만 본다고 하면, 프리미어 리그 20개 팀, EFL 챔피언쉽 24개 팀, EFL 1 23개 팀, EFL 2 24개 팀, 내셔널 리그 24개 팀 등으로 리그 결과에 따른 승강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하 더욱 많은 리그가 있다. 이런 구분된 생태계가 누구나 뛸 수 있는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외에 FA컵이라거나 다른 토너먼트 형태의 컵대회를 통해서 하위리그도 상위 리그 팀과 경기하며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경험할 수 있고 이 경험을 통해 성장의 동력을 얻는다. 혹여 하위팀이 상위팀을 꺾는 이변이라도 일으킨다면 서포터들을 평생 그 경기를 기억한다.

    게임 산업으로 돌아와서 보면, 게임 산업은 열린 리그이다. 하나의 울타리 안에 사자도, 사슴도, 토끼도 함께 경쟁한다. 과거에는 그래도 사자가 적당히 배불르면 멈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더 큰 사자들이 물 건너온 이후, 그들과의 경쟁을 위해 필요 이상의 사슴도 잡아먹고, 토끼도 잡아먹는다. 그래도 불안하면 찾아올 혹독한 겨울을 위해 동굴 속에 고기들을 쌓아놓는다. 그래도 여의치 않자 울타리를 건너 따뜻한 서쪽 나라로의 이주도 생각 해보지만, 울타리 밖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사자이기에 그냥 울타리 안에서 왕 노릇 하는 편을 선택한다. 어느덧, 사자들의 횡포로 다른 모든 동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사자들끼리 모여 생태계를 걱정하기 시작하다. '다시 사슴도 키우고, 토끼도 키워야 우리가 살 수 있다!'라는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사슴과 토끼들에게 '살만하고 건강한 생태계'라는 홍보물로 포장한다. 과연 누구에게 살만한 걸까.

    국가 기관이나 대형 플랫폼 관련사들이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본인들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팀을 성공으로 이끈 개인에 대한 보상

    손흥민의 최근의 활약상 덕분에 수많은 한국 팬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을 듯하다. 개인의 성장이 팀에 영향을 주고 팀의 성장은 산업이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만들었다. 현재 손흥민의 가치가 천억이 넘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의 기여에 따라서 손흥민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계속해서 상승한다. 주급으로 연봉을 받는 영국의 지급체계에서 손흥민은 2억 원의 주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Zynga에서 일하던 당시, 어느 날 동료와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 식당에 있었다. 동료가 어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친구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친구가 Zynga에 5번째인가로 입사한 친구인데, 상장 후에 밀리언에어가 됐어. 프로그래머인데 20대에 초반에 잭팟 맞은 거지..'

'Justion Waldron'

    현재 31살이 그는 19살 때 Zynga의 창립멤버로 'Zynga poker'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창립 후 4년 만에 Zynga는 년 매출 1조 원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2011년, 그가 23살이 되던 해 Zynga는 구글의 상장 이후 최대 규모로 상장하게 되었다. 가치는 10조 원으로 평가받았다. 이때의 수입으로 Zynga는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다.  2013년 퇴사한 그는 현재 엔젤 투자자와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는 개인의 성공과 그에 따른 보상, 보상을 통한 재투자 등으로 이루어져 온 집합체이다. 

    한국은 어떨까. 현재는 대형 게임 개발사가 된 회사의 초창기 멤버였던 형을 만난 적이 있다. 회사의 사장은 현재 조 단위 재산을 가진 재력가가 되었지만, 초창기 멤버에게 돌아온 보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회사를 구조 조정하는 0순위가 되어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을 토로했다. 난 형에게 말했다. 

'미국에 있었으면 형은 지금 나랑 겸상할 위치가 아닐꺼야'

 이런 여러 사례들 안에 개인과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건강한 게임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12월 19일자 'Techcrunch'에 실린 페이스북 자체 OS 개발에 관한 기사

    미국 시간으로 12월 19일, 페이스북이 새로운 OS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페이스북이 소유한 VR기기 '오큘러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VR에 적합한 자체 플랫폼을 제작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OS의 의존도를 낮춰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을 듯하다. 주목받던 초기에 비하면 침체기를 걷고 있는 VR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활력을 얻게 될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미국의 공룡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본인들의 역할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  

    영국 프로 축구 리그의 건강한 게임 산업 생태계를 통해 살펴본 바로 생각해보면, 한국의 게임 산업이 건강한 생태계로 회복되기 위해선 몇 가지가 필요해 보인다. 

    장기적 안목의 지원이 그 첫 번째이고, 모바일에 국한된 생태계 구축보다 넓은 의미의 게임 산업을 놓고 생태계를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개인의 성장 없이 기업의 성장도 생태계의 건강도 없다는 것을 꼭 염두해주셨으면 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개인의 성장은 보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개인의 성장이 상응하는 보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가 전문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역으로 보면 그런 이유 없이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할 프로페셔널은 없다. 

    그 이면에 목적이 어떻든지 게임 산업의 벌전을 위해 모인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무엇이 중한지 고민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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