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반성중
내일은 중학생 큰 아이의 첫 시험날이다. 가끔 접속하는 어느 카페의 글들을 보면, 중 2 아이의 시험이 코 앞인데 공부는커녕 아이들의 불같은 성질머리를 당할 재간이 없다는 호소가 종종 보인다.
반면 우리 집에서는 이런 성실한 아이가 어떻게 내 아들인가 싶을 정도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껏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은 큰 아이는, 어릴 때부터 그저 자신만의 힐링으로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즐기며 학교 단원평가 무렵 EBS 교재로 자습하는 습관이 있었을 뿐이다.
올해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인강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 누구의 입김과 압력이 아닌 자기 주도학습을 이토록 철저히 해내고 있는 아이를 옆에서 보노라면 정말 신통방통하고 어미가 되어 부끄러울 따름이다.
무슨 연유인지 천 갈래 만 갈래 고민 속에 글 한 자락 제대로 쓰지 못하고, 아니, 할 말도 그릴 그림도 많건만 게으름에 끊임없이 굴복당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던 터에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자신만의 공부 루틴을 달리는 아이를 보며 정말 반성 많이 했다.
이제 내일이면 아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시험을 치를 것이다. 그러나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나의 아이는 이미 백점이다. 그동안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 나의 교육관으로 보았을 때, 아이의 태도는 이미 백점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넘어선 아이의 어미로서 나 역시 부단히 일어설 때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과정을 이야기하며 실천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말이다.
그러니 열일하자. 나의 손가락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