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옷도 명품 가방도 관심 없는 나지만, 유독 욕심을 부리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책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책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집에 있던 책들은 마르고 닳도록 읽었고, 친구집에 놀러 가면 그 집의 책을 다 읽고 와야 직성이 풀렸다. 외동이었던 나에게 책은 친한 친구였고 상상의 나라로 가는 길이었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성인이 되어 나는 영화와 독서를 취미로 삼았는데,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하며 극장에 거의 가지 않는 대신 책에 집중했다. 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글쓰기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다가 알게 된 그림책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심취했으며, 자라나는 아이들과 아동 및 청소년도서를 함께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 새 책을 구입해도 책을 꽂을 자리가 없었다. 책장을 추가로 구입해도 잠시뿐, 곧 자리가 모자랐다. 아이들이 읽을 책, 내가 읽을 책, 엄마가 읽을 책까지 이렇게 나의 책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이제 정말 비워야 할 때다. 집안 여기저기에 책들이 탑을 쌓으며 아우성이다.
원래 단권 위주로 책을 구입하기 때문에 친척들에게 받은 전집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다행히 둘째의 학급문고에 기증이 가능하다. 그리고 며칠 전 처음으로 중고서점에 두 권의 책을 팔았다.(feat. 눈물을 머금고) 앞으로도 정리를 통해 더 팔거나 나눔을 할 것이다.
그나저나 한 가지 복병이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용돈으로 한 권 한 권 사들인 만화책들을 정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끼는 그 마음을 알기에 만화책들은 더 보관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이번의 헤어질 결심은 일단 나 혼자 하는 걸로.
신중한 마음으로, 천천히,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