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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푼 Aug 04. 2023

육아의 언어

공감하고 침착하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유독 싫어했던 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자꾸 00 하면 병원에서 아프게 주사 놓을 거야!이다.


날카롭고 뾰족한 바늘로 무장한 주사는 성인인 나도 여전히 무섭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은 오죽할까? 상상만 해도 무서운데 그걸 굳이 협박용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낡은 동아줄하나 잡고 매달렸는데, 그 줄마저 싹둑 잘라버리는 것과 진배없는 잔인한 짓이다.


그러나 예방접종이나 꼭 맞아야 할 주사는 맞을 수밖에 없기에, 나는 아이를 토닥이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곤 했다.


“네 생각대로 많이 무섭고 아플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아파도 꼭 맞아야 하는 거고, 엄마는 너의 치료를 위해 이 주사를 맞게 할 수밖에 없어. 대신 실컷 울어도 괜찮아. 그래도 이왕이면 잠깐만 얼음! 하고 주사를 맞은 뒤에 실컷 울면 더 좋을 거 같아.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님도 주사 맞으며 우는 너를 보면 마음 아프니까… 우리 잠시 얼음해 볼까…“


사실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주사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다. 타고나길 울기 보단 웃는 낯으로 자라난 아이들이다. 오히려 초등학생이 되면서 더 주사를 무서워한 케이스다. 그래도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해야 할 것은 단호하게 이야기하면 순순히 수긍해 주어서 늘 감사했다.



두 번째는,

본인의 실수로 넘어지거나 다쳤는데 자꾸 그곳의 애꿎은 사물을 탓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뒤뚱거리다 넘어지면, 아이를 보던 어른들이 애꿎은 땅 탓을 하며 왜 넘어지게 했냐며 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경우가 참 싫었는데, 어릴 때부터 그런 경험이 자꾸 쌓이면 아이가 커서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주위의 사람 탓을 할 것만 같다. 물론 내 기우일수도 있겠지만… 무튼 나의 경우엔 아이의 아픔과 처한 상황에 공감해 주고 어떻게 치료받고 극복할지에 대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게 좋다고 여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큰일이 생겼을 때 부모는 침착한 것이 좋다. 원래 나의 성향은 큰일이 생길 때 - 특히 누군가 다치거나 아플 때 호들갑을 떠는 경우에 속하나, 다행히 매우 침착한 배우자를 만나 그 부분이 보완되었다.


큰 아이가 어릴 때 아이가 다쳐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허둥지둥하며 신랑에게 전화를 걸고 달려가는 찰나, 신랑은 내게 침착하라고 당부했다.


엄마인 내가 울고불고하면 아이도 똑같이 겁에 질리니까 아이 앞에서 침착하라고. 덕분에 나는 정말 침착하게 행동했고 아이도 바로 진정되어 수월하게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육아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지만, 그래도 아이의 상황과 마음에 공감하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침착하기. 이 두 가지만 잘해도 조금은 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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