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푼 일지 01
비가 내린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이 더욱 싱그럽다. 곳곳에 단비 소식이다.
사람도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갈증이 해소되는데, 가뭄에 타들어가던 식물들은 오죽했을까? 환호성이 들린다. 달디 단 비를 맞으며 온몸을 흠뻑 적시는 기쁨의 환호성이다.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다. 여러 사정으로 한동안 긴 글을 쓰지 못했다. 나는 아동문학에 N 년째 도전 중인 작가 지망생이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그림책•동화를 함께 보며 어른이의 마음으로 꿈을 키웠지만, 거듭되는 광탈과 자괴감이 나를 좀먹었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디지털 드로잉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의미 없던 선과 면이 그림으로 변하는 과정에 물 멍 효과를 얻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상처 난 마음이 조금 치유되니 다시 창작욕구가 샘솟았다. 고민 끝에 가벼운 일상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글도 그림도 전공한 적 없고 대단할 거 없는 삶이어서, 그저 일기를 쓰듯이 나의 일상을 편하게 기록했다.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가끔 그분이 오셨다. 그런 날에는 오글거리는 감성 글귀와 서툰 그림을 올리며, 마음속으로 나만의 '한스푼 동화'라고 칭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설익은 그림으로는 나의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긴 호흡의 글이 그리웠다. 일상툰을 그리며 오히려 내가 갈 길은 장문의 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런 찰나에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어 너무 기쁘다.
계획이 많다. 일상툰은 계속 지속할 예정이다. 나의 삶을 기록하는 일기니까. 그리고 오래전부터 기획한 '삼대의 책' 도 이곳에 만들 것이다. 말기암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나의 전사, '엄마'의 글에 나와 아이들의 글과 그림도 함께 올릴 것이다.
동시와 동화는 아직 공모전에 도전 중인 작품들이 있어서 당분간 공개하지 못한다. 아시다시피 온라인 매체에 공개된 작품들은 공모전 참가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모전에 참가하는 대신 이곳에 직접 작품을 올릴지 아니면 계속 도전을 하기 위해 보류할 것인지, 이 부분은 좀 고민해야 할 부분인데 신중히 생각해 보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처럼,
긴 호흡의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언제라도 톡톡톡 자판을 두드릴 예정이다.
나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