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D-1
“나, 떨고 있니?”
드라마 “모래시계” 의 마지막 화에 나왔던 대사다.
내일 큰 아이와 함께 조조로 파묘 4DX를 본다. 영화를 볼 때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지만, 가급적 피와 살이 난무하는 슬래셔 무비와 좀비, 공포영화는 배제하는 편이다. 오컬트 장르 역시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그래도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님 작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작년 12월, 지인찬스로 우연히 감독님을 뵈었다.
기존 작품들을 워낙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독보적인 한국형 오컬트의 대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도 소탈하고 정겨운 분이었다. 여러 기사로 알려졌다시피 기독교 모태 신앙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어찌나 말씀을 맛깔나게 하시던지, 어린 시절의 감독님이 100 년도 더 된 조상의 묘를 이장할 때 본 관에서 피어오른 푸른 연기의 신비한 이미지가 그대로 영화 파묘로 이어지는 듯했다. 함께 자리에 계셨던 쇼박스 관계자님의 정말 자신 있다는 말씀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 그건 잘 만든 작품에 대한 긍지요 확신이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함께 합을 주고받았을 테니, 영화 파묘는 약간의 무서움을 뚫고서라도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다.
어제 롯데월드타워 VIP 시사회에 참석한 지인들의 평가도 매우 좋다. 호의는 가득 하나 영화에 대한 평가만큼은 객관적인 이들이라 스포 없이도 믿을만하다. 겁이 많은 관객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정통 오컬트가 아닌 보다 더 뜻깊고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한다. 고심의 흔적이 가득한 장재현 감독님의 설계가 그 빛을 발한다기에, 어느새 무서움은 사라지고 기대만 가득 차오르던 찰나…
또 다른 지인의 댓글이 달렸다.
“재밌어요 누나^^ 소리를 열 번 정도만 지르면 끝이 나요ㅠㅜㅜ”
아뿔싸… 오컬트는 오컬트인가 보다.
“나, 떨고 있니? ㅠㅜㅜ”
덧) 정식 관람 후기를 쓰기 전에 살짝 덧붙입니다. 쫄보인 제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보았습니다. 아마도 감독님 영화중에 가장 대중적인 코드의 영화일 듯 합니다. 오컬트에 완벽하게 특화된 분들은 오히려 싱겁다 하실지도요. 그러니 무서워서 못 본다 싶었던 분들은 걱정마시고 극장으로 가십시오. 재미있습니다. 확실히! :)
p.s. 사석에서 찍은 사진인데, 깜박하고 사진 사용 가능여부를 묻지 못해 라인드로잉 방식으로 올립니다. 정식 영화 후기는 파묘 관람 후 다시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