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먹은 짬뽕
어릴 때 부모님이 일을 하시는 동안 집에 혼자 남은 적이 있다. 옆집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사셨는데, 가끔 나를 초대해 같이 밥을 먹었다. 어느 봄날, 할머니가 중국집에 가자며 나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날은 화창하고 꽃잎은 흐드러졌다. 할머니는 끊임없이 조잘대는 내 손을 붙들고 길을 걸었다. 허름한 중국집에 들어섰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할머니는 짜장, 나는 짬뽕을 시켰다. 주인아저씨 혼자 주방에서 한참을 덜그럭 거리더니, 드디어 음식을 가져왔다. 그런데 일반 짬뽕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직접 뽑은 면이 아닌 라면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내심 놀랐지만, 한 젓가락 먹어 본 결과 정말 맛있었다. 면만 라면이었지 국물은 제대로 짬뽕이었다. 후후 입김을 불며 정신없이 먹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아니, 어제 낮에) 그때 먹은 짬뽕라면을 다시 먹은 거 같다.
신랑아, 고마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