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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를 좋아한 아이

feat. 체인소 맨 레제편 N차 관람을 하게 된 이유

by 한스푼






체인소맨이 OTT에 처음 올라왔을 때 1편을 보다 말았다. 슬래셔무비 같은 느낌이 힘들었다.


한동안 귀칼 무한성과 아카자에 꽂혀있던 아이가 체인소맨 극장판의 개봉이야기를 슬쩍 꺼내며 보고 싶은 뉘앙스를 비추었지만, 피가 난무하던 1편의 기억이 떠올라 안 된다고 했다. 사실 아이도 1부 시리즈를 제대로 본 적 없고 유튭의 축약본만 보았을 뿐이었다. 내가 시리즈를 제대로 못 보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레드에 체인소맨 4DX 호평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귀칼 4DX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나는 호기심이 동했다. 먼저 일반관에서 나 혼자 보았다. (나중에 4DX를 보니, 내 취향은 귀칼의 합이 딱딱 맞는 액션씬이 더 취향이었다)


전반부의 아기자기한 일상씬과 장미의 전쟁을 연상시키는 후반부의 전투씬이 퍽 흥미로웠다. 더불어 자꾸 언급되는 시골쥐와 도시쥐의 대립되는 이데올로기적 은유가 좋았다.


다만, 음악도 시퀀스도 너무나 아름다웠던 수영장씬과 어느 상상씬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청소년인 아이가 보기엔 괜찮을까? 계속 자문했다. 결국, 이성에 갓 눈뜨는 나이의 풋풋한 사랑이라면 이 정도는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어색할까 싶어 일부러 좌석도 멀리 잡고 아이와 따로 감상했다. (N차 내내 그렇게 했다.)


한 가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평소 크리처와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가 당연히 주인공 덴지와 포치타를 더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는 점이다. 여주인 레제를 마음에 들어 할 줄 미처 몰랐다.


부모로서 미성년 자녀의 관람가와 관람불가를 규정할 순 있어도, 단지 나 자신의 호와 불호를 이유로 아이의 보고 싶은 영화나 애니의 선택권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사람의 취향은 누구나 다르며 그것이 타인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그 취향에 간섭할 권리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행이고, 고맙다.


체인소맨 레제편을 통해 아이의 수줍은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어쩌면 결코 보지 못했을 성장의 한 단면을 숨죽여 목도할 수 있어서.


그 길을 열어준 스레드에 감사를.


덧)


체인소맨은 신기하다.


처음엔 정신없는 액션씬에 눈길이 갔는데, 볼수록 전반부의 서정적인 씬들이 가슴에 남는다. 원작이 계속 연재되는 시리즈지만, 그냥 이 영화 한 편만 따로 떼어놓고 보아도 훌륭하다.


한 마디로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진심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작가의 오마주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적절하고 애절한 음악들의 향연, 완벽한 시퀀스의 배치와 편집들…


뭐랄까? 엄청난 고수들이 모여서 만든 엄청난 시너지의 작품이라, 볼수록 빛이 난다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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