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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푼 Aug 24. 2022

진정한 방학

다시 시작...일까?



드디어 아무도 없는 집에 나 홀로 남았다. 개학이다.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나 홀로 집에 후속 편을 찍을 수도 있겠다. 아이들의 방학은 함께라서 행복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졸필이지만, 글을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그중의 하나가 나 홀로 집에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데스크톱이다. 옛날 사람에 속하는 나는 랩탑, 패드, 휴대폰으로 글을 쓰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될 때, 원격수업으로 나만의 시간이 사라지자 밤에 늦게 자기 시작했다. 고요함이 너무 좋아서 새벽 2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그것은 내 미래의 수명과 건강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행동이었다. 병원의 정기검진 때마다 자꾸 이상 신호가 발견되었다. 차근차근 여러 변수를 제거한 결과 역시 원인은 잠이었다. 좀 더 일찍 자야 했다. 그럼 낮에 글을 써야 하는데, 방학중에는 어림도 없다. 아이들이 방해를 하지는 않지만, 함께 있는 거실에서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더운 날씨까지 핑계 삼아 - 우리 집은 낮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 방학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아침, 작은 아이까지 등교했다. 창을 내다보니 갑자기 내린 비에 라임색 우산만 둥실둥실 떠간다. 날이 선선하다. 엄마의 진정한 방학이다. 훗, 글쓰기도 다시 시작이다......  




작가의 서랍에 담아두었던 브런치 북을 펼치고 엄마의 시에 함께 올릴 글을 썼다. 아니, 쓰려고 했다. 오랜만인가? 마음과 달리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필요충분조건 두 개를 갖추었는데, 글이 써지지 않는다. 아, 깜박한 게 있었구나. 단 한 줄이라도 꾸준하게 매일 글을 썼어야 했는데. 다른 작가님들이 매일매일 글을 올리는 걸 보면서도 아직 몰랐다 말인가? 이런! 나의 꾸준함이여. 돌아오라! ㅎ 



P.S. 언제는 꾸준한 적이 있었나? 나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것은 다시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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