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 부를 기다리며
결혼 전, 나는 영화 관람을 정말 좋아했다. 혼영의 선구자였던 나는 몰입을 이유로 홀로 보는 영화를 가장 좋아하고, 꽂히는 영화가 있으면 N차 관람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어느 영화는 극장에서의 N 차 관람이 18회에 달하고, 그를 계기로 한동안 영화예술에 대한 기본서를 읽기도 했다.
다만 다른 이들에게 영화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나의 취향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잔인한 고어물이나 좀비류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장르를 보는데, 대체적으로 나의 평은 호(好)에 가깝다. 영화를 보면 감독이 어떤 의도로 그런 연출을 하는지에 대한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이라 비평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영화 리뷰를 잘 하지 않는다. 서평이나 영화 리뷰는 철저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독자를 위해 해당 작품의 장단점과 대안점을 제시해야 훌륭할 텐데, 나의 리뷰는 너무도 주관적인 소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외계 + 인 1부 이야기는 안타까운 마음에 소감을 쓰고 있다. 방학이 시작하면서 나는 큰 아이와 한번, 작은 아이와 한번, 이렇게 각각 두 번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직감했다. 영화의 호불호가 너무 강해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내년에 개봉할 2 부가 제대로 극장에서 개봉될지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2 부를 꼭 극장에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감독의 예전 작품이자 이 작품의 주된 정서인 '전우치'를 매우 좋아했음을 고백한다. 전우치 특유의 능글능글함은 류준열 배우의 찰진 연기로 더 업그레이드되었고, 흥겹던 국악가락도 또 다른 퓨전음악으로 탄생했다. 특히 고려시대의 권총씬에서 들리는 언밸러스한 음악이 너무 좋았다. 극장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한 음향이 큰 몫을 하는데, 오리지널 스코어를 좋아하는 내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상영관에 홀로 남아 있는 이유다.
630년 전 고려시대와 현재의 이야기가 콜라보된 이 작품은, 모두가 알다시피 처음부터 2 부로 구성된 영화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려 돌아가지만, 전우치 + 마블 + 외계인의 파격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미묘한 시퀀스들과 영화의 톤이 자꾸 변하는 점이 불편할 수도 있다. 게다가 2 부에 펼쳐질 거대한 이야기의 발판을 위해 인물과 내러티브의 구축을 길게 할 수밖에 없는 1 부의 특성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내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영화는 2 부가 진짜라는 거다. 작은 에너지가 모이고 모여 한순간에 폭발할 수밖에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그려질 테다. 그리고 그 순간에 느낄 카타르시스는 낯선 부조화를 감당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단언한다.
P.S. OTT에 나온 외계 + 인 1 부를 보다가 몇 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영화에 나온 OST가 마음에 들어서 당분간 낮에 틀어놓고 청각으로 N차 감상할 거 같아요.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기본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