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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호주 25: Let's go overtime

작정하고 벌어볼까?

by 찰리한

고기공장 2주 급여(급여 명세서는 다 버려서 기억을 더듬어 시급을 계산해봤다)

주간 조: 시급 17.5달러

오후 조: 시급 19.7달러

근무시간: 8시간

오버타임 시급: 최초 1시간은 주간조 시급의 1.25배. 이후부턴 무조건 1.5배

30분 일찍 와서 오버타임 시작 시 1.25배로 계산됨

19.7달러 X 8시간 X 10일 +(10.5달러 X 10일) = 1,676달러

여기에 스킨 파트는 야외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추가 수당이 붙는다.

2주 급여: 1700~1900 달러 사이(12시에 마칠 때도 있고 12시 30분을 넘어갈 때도 있다.)


오전 근무를 위한 오버타임을 신청할 경우 아침 8시 반에 전화가 온다. 가능하다면 9시 반까지 공장으로 가면 내 근무 시작인 15시 30분 전까지는 오버타임으로 계산된다.

6시간 중 점심시간 제외한 5시간에서 최초 1시간은 1.25배, 그리고 4시간은 1.5배가 된다.

이렇게 오버타임을 매일 2주간 하게 된다면

{(17.5달러 x 1.25x 시간) + (17.5달러 x 1.5 X 4시간)} X 10일 = 1360달러.

그럼 2주간 오버타임을 꾸준히 하고 내 근무까지 하면 2주 페이가 무려 3000달러가 넘는다.



3개월간 일을 열심히 했다. 여전히 대한이 독립만세를 외치기는 했지만 한국인 누군가의 밀고로 인해 더 이상 대한민국 만세가 한국 최고의 욕이라는 칭호를 박탈당했다. 하지만 1달간 정말 잘 써먹었다.

그리고 공장에서 3개월 일할 경우 세컨드 비자 획득이 가능하여 비자 연장이 가능했다.

09년 1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일을 했기에 비자를 1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워홀 비자는 한 고용주 밑에서 6개월 이상 일할 수 없지만 세컨드 비자 취득 시 6개월 연장할 수 있어 총 1년을 한 고용주 밑에서 일할 수 있다. 난 여기 고기공장에서 6개월 더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장 HR office로 갔다. 역시 sarah가 앉아있었다.

"Hi sarah"

"Hi charlie. how are you?"


sarah와는 면접 때 보고 스킨 파트에서 3개월간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봤다. HR을 갈 시간도 없었고 굳이 갈 필요도 없었지만 6개월간 더 일할수 있음을 알렸고 오버타임을 신청하려고 갔다.

"I can work more than now. I waana register overtime"


sarah는 내 세컨드 비자 확인서를 보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침 8시 반 ~ 9시 사이에 전화가 오면 오버타임 가능한지 확인하라고 했다.

내가 오버타임을 하려는 목적은 원래는 고기공장의 모든 공정을 알고 싶어서였다. 약간 오지랖 근성이 있어서인지 모드 프로세스를 경험한다면 추억담도 쌓이고 더 많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버타임의 늪에 빠지다 보니, 흔히 돈맛 좀 보게 되면서 의미가 퇴색되었다.)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전화가 한통 왔다.

"Hi are you charlie han?"

"yes it's me."

12시 30분까지 일하고 집에 오면 1시. 샤워하고 좀 여유를 부리다 자면 2시이다. 6시간 30분밖에 못 잤는데

오버타임 전화가 온 것이다.

"Can you work overtime?"

"Yes of course I do. where do I go there?"

"it's BSF part. Start at 9:30. can you come until this time?"

"course I do. I'll go there. Thanks"


벌떡 일어났다. 아쉽게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저녁에 먹을 햄버거를 점심에 먹고 저녁은 사 먹기로 했다. 그 이외의 간식은 다 스킨 파트 냉장고에 있으니 얼른 오버타임 하러 갔다.

BSF는 Beef slaughter floor의 약자로 소를 해체하기 위한 공간이다. 도축된 소를 전기톱날로 반으로 가른 후 거꾸로 매달아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이동 중 지방제거 작업을 한다. 2층 높이로 되어있는 곳을 도축된 소가 지나갈 때 1층에서는 얼굴과 앞다리 쪽의 지방제거, 2층에서는 뒷다리와 엉덩이살 쪽의 지방을 사람이 그라인더로 제거하며 지방제거 파트를 지나면 소의 각 부위를 전기톱으로 사람이 직접 해체한다. 해체한 각 부위는 또 전문 발골사들에게 전달하여 발골한다.

내가 하는 일은 바닥에 떨어진 고깃덩어리들을 치우는 일이었다. 슈퍼바이저를 만났고 내 신원 확인 후 오버타임 시간을 체크하고 일을 시작했다.

소 지방은 바닥에 떨어지면 정말 안 떨어진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쓸면서 정말 안 떨어지는 건 우리가 흔히 아는 껌 뗄 때 쓰는 것들로 떼어내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미끌미끌한 소의 지방덩어리를 지나가던 사람이 밟는다면 쉽게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쉼 없이 돌아다니면서 바닥을 수시로 닦아야 했다.

그렇게 첫날의 오버타임은 정말 쉬웠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점이다.

너무 시원했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오버타임이 끝나고 내 주 업무파트인 스킨 파트로 이동했다. 밖은 이미 40도를 육박해간다. 시원한 곳에서 일하다 보니 야외는 아주 후덥지근했다.

12시 반에 스킨 파트 일이 끝난 후 혹시 다음날에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해서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놨다.

다음날 역시 어김없이 8시 반에 전화가 왔고 역시나 난 바로 콜을 외쳤다.

이번에도 BSF 파트였다. 근데 이번 일은 좀 달랐다. 레일을 따라 거꾸로 매달린 소가 이동하는데 가끔 소들이 밀려서 안 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 사람이 그 도축된 소들을 밀어야 했다.

약간 힘이 필요하지만 팔근육보다는 다리와 몸 전체의 근육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스킨 파트에서 사용할 근육들의 힘은 비축 가능했다.

그렇게 한 마리씩 밀고 있는데 호주의 한 20대 초반 정도로 된 금발의 여인이 그 자리에 있었다. 키도 나와 얼추 비슷했다. 근데 이 여성이 나와 같이 소를 밀고 있는 것이다.

'이거 아무리 레일에 매달려 있어도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여성이 밀수 있다고?'

약간 그러니까 성차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남자의 근육과 힘이 여성보다는 세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그 판단은 한 가지 일로 인해 빗나갔다.

가끔 슈퍼 소라는 기존 소보다 1.5배는 몸집이 더 큰 소가 올 경우도 있다. 너무 커서 레일이 이동하기 버거워하고 그럴 경우에는 뒤에 한 5~7마리가 밀린다. 그 5~7마리와 슈퍼소 1마리, 총 6~8마리를 밀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나는 그래도 남자니까 힘을 빡 주고 밀었다.

'세상에... 이게 안 밀린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시 힘을 주고 밀었다. 나름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 출신이자 한국 국가대표인데 하면서 진짜 온 힘을 다해 밀었다. 소리도 외쳤다. "으라차차차!!"

겨우겨우 밀리기는 하지만 정말 안 밀렸다.

그러자 보다 못한 그 여성이 나한테 "step beside buddy" 하더니 여성 테니스 선수 사라포바가 서브할 때 같은 괴성을 지르면서 그 6~8마리를 혼자 힘으로 밀고 나갔다. 정말 내가 밀기 힘들었던 그 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끝까지 밀고는 나를 보면서 "you see that?? easy" 하고 다시 제자리로 갔다.

나는 그저 박수밖에 칠 수 없었다. 이건 창피해할 일이 아니었다. 그냥 그 여성분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앞서 성차별을 했던 나를 반성했다. 그리고 말없이 정말 열심히 소를 밀고 또 밀었다.

하도 밀었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스킨 파트 가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겨우 버티면서 일했다.

그렇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일하고 2주간, 무려 10일을 집에서 6시간 30분만 자고 오전 오후 풀타임으로 꽉 채워서 일했다. 그리고는 주말에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서 시체처럼 지냈다.

급여명세서에 3,000달러가 찍혔다. 3,000달러. 이게 말이나 되는 금액인가 해서 다시 봤는데 정확했다.

세상에나! 시드니의 그 거지 같은 생활이 정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힘들었던 모든 생활들과 힘듬이 한 번에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나는 6시간 30분만 자고 토, 일요일에는 또 시체처럼 지내면서 돈을 벌었다.

1달 사이 6,000달러. 세금 제외하면 거의 5,000달러가 들어왔다. 이 기세로 일한다면 남은 6개월간 3만 불. 즉 3천만 원은 모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흔히 말하는 돈맛을 봐버렸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내 몸 생각 안 하고 호주에 온 이유를 잊은 채, 목표를 아예 배제해버리고 2달간 그렇게 오버타임만 죽어라 했다.


잘못 생각했었다. 분명 오버타임의 목적은 다양한 분야의 일에 대한 경험과 문화를 접하기 위함이었는데 어느새 돈이 목적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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