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한 Nov 13. 2020

디즈니느님! 감사합니다.

화내지 않고도 정리할 수 있다! 디즈니느님들~ 님들 짱!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아내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정확하게는 미니멀리즘을 공부하면서 실천해 나가고 있다. 나는 맥시멀 리스트이다. 정리정돈이 안될뿐더러 어느 하나 버리지 못한다. 각 물건에는 나만의 소중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배어있다고 우기면서 책상 서랍에 중구난방 처박혀 있었다.


아내의 불호령이 시작된다. 

"버려"


난 대답한다.

"안 버려"


아내가 또 말한다

"왜?"


난 대답한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물건에는 다 추억이 있단 말이야"


우리가 결혼초부터 맨날 싸웠던 내용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나도 말을 좀 잘 듣기 시작했고, 그간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소중한 추억들이 간직된 물건들을 90% 이상 버렸다. 버리고 나니 추억이라고 여겼던 그 물건들에 대한 미련 또한 같이 사라졌다.


집안이 점점 깨끗해졌다. 아니 집이 확 하고 넓어졌다. 아내의 마법으로 집안이 쾌적해졌다.

하지만 나의 분신, 나의 제2의 자아, 우리 아이들이 아직 남았다. 저지레를 아빠보다 더 잘한다. 그나마 아빠는 말이라도 듣고 정리를 하지만 이것들은 말도 안 듣고 저지래는 더욱더 심하게 한다.

미니멀 파괴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아내는 점점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마다 깐족 대마왕 아빠가 한마디 한다.

"뭐야? 이제 포기하는 거야? 그래 이제 포기해. 애들 있는데 미니멀은 무슨. 저기 애니멀 두 명이 있는데 무슨!"


하지만 아내는 포기하지 않는다. 어지르면 치우고 또 어지르면 치운다.


유레카! 바로 이거다!

TV의 장점이 있다. 물론 좋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도움이 될 만하게 이용할 수 있다. 

둘째는 공주라고 한다. 모르겠다 그냥 자기가 공주라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여자아이들이 원피스, 샬라라 치마 등을 입고 다니기에, 맨날 바지만 입었던 자신과 다른 모습에 아침마다 원피스 입겠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그런 공주란다.

공주.... 가만있어보자... 공주 나오는 게 뭐가 있더라???


겨울왕국이 생각났다. 아내와 나는 첫째 낳기 전에 영화관에서 봤던 마지막 영화가 바로 겨울왕국이었다.

"얘들아! 공주 보여줄게."


기가 막히게 착석했다. 100분을 아무 말 없이, 미동도 없이, 어떠한 사건사고도 없이.

약간의 후폭풍은 있었다. 엘사처럼 눈보라를 발사하려고 하고, 올라프의 in summer 노래를 시도 때도 없이 불렀다. 노래에 정말 재능이 없는 둘째는 그렇게 소리소리 지르면서 우리의 고막을 괴롭혔다.


아빠는 1988년도에 봤던 신데렐라 애니메이션을 여전히 좋아한다. 그래서 TV에서 검색해보니 옛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 작품이 여전히 있었다. 아이들도 왠지 좋아할 것 같았다. 30년 전 내 자녀보다 1,2살 더 많을 때 너무나 재밌게 봤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다른 공주 보여줄게. 드레스가 엄청나게 예뻐"


이미 겨울왕국에 꽂힌 둘째는 무조건 겨울왕국을 외쳤지만 엄청 이쁜 드레스 한마디에 바로 콜을 외쳤고, 신데렐라의 세계로 초대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근데 말이죠. 신데렐라는 구박을 받기 때문에 집안 청소를 너무나 열심히 한데요. 닦고, 또 닦고, 계모와 언니들의 음식 준비와 빨래를 모두 한데요.

가여운 신데렐라!!!


그렇게 열심히 신데렐라를 봤다. 그날 저녁에 엄마가 또 저지레를 한 아이들에게 "청소하자" 한마디를 던졌던데 둘째가 엄마를 도와 정말 열심히 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앗~~~ 설마~~~ 이것은??? 유레카~~~


그렇다. 신데렐라 효과였다. 신데렐라가 식사 준비하고 청소하는 모습은 애니메이션에 그렇게 많이 나왔고 둘째는 자연스럽게 본인도 공주라서 신데렐라를 따라 하는 것이다.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둘째가 자기를 도와 청소를 정말 깨끗하게 했다고.


자... 그럼 이제 뭐가 있을까. 좋다. 


오늘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봐야겠다. 

얘들아!!! 공주 보자!!!! 공주처럼 잠 좀 잘 자자!!!

작가의 이전글 아빠인가 ATM인가? : Chap.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