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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Nov 20. 2020

또봇만 조심하면 된다메!

지뢰밭이다. 또봇만이 아니라 또봇도 조심해야 한다.

선배님들의 조언: 또봇 조심해!


"아이고 우린 딸인데 뭐 또봇 같은 로봇 좋아하겠어요?"

아들을 키우는 선배 부모들이 한결같이 얘기했고, 그들 집에 놀러 가면 부러질까 봐 만질 수 없는 또봇들이 즐비해있다.

"와.. 이거 대박이다. 아니 이거 얼마야?"


개당 가격을 듣고, 별로 안 비싼..... 이게 몇 개야 도대체???

합쳐보니 금액이 장난이 아니었다. 근데 이것들이 왜 그렇게 번식력이 좋은지. 시리즈가 새롭고 매년 새로운 로봇들이 탄생한다.

"조심해야겠다. 또봇... 오케이 접수했어"


청소년들에게 있어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탄생한 건 노스페이스 롱 패딩이었다.

아이들의 등골 브레이커라는 건 바로 또봇이었다.

저것만은 안된다. 둘째 놈에게 자동차, 로봇 따위는 보여주지 않았다. 근처도 못 가게 했다. 성평등의 원리에 따라 남녀 놀이가 구분되지 않은 이 시기에 난 그 원리를 무시해버리기로 했다.


인형 갖고 놀아. 소꿉장난 하자~!


문제는 또봇이 아니었다.

유아 발달 시기가 있다. 발달 시기에 맞는 적기교육이 중요하다. 물론 선행학습도 때에 따라서 필요하지만 적기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이에 맞는 발달 시기에 필요한 캐릭터들도 친절하게 준비되어 있다.

처음에는 뽀로로부터 시작한다. 조금 식상해지면 코코몽, 그리고 이젠 그만 좀 들었으면 하는 그놈의 뚜르르뜨르 아기 상어가 나오는 핑크퐁.

그러다 '나 이제 얼라 아니거든'이라고 생각될 때 약간의 고퀄리티 콩순이.

근데 좀 더 크니까 '헬로카봇? 뭐야 이거 또봇 아냐??? .. 아니구나. 다행이다. 그래 헬로카봇 정도야 ...'

번개맨은 EBS 교육방송이니까 괜찮아. 근데 번개 걸은 왜 리본을 흔드는 거야 불안하게?(예뻐 보이면 둘째는 저 거사 줘 를 외친다)


그렇게 또봇만 주의하다 보니 혜성처럼 등장한 공주,  또... 또 공주가 나왔다. 디즈니 느님들이 아닌 이번 공주는 무려 5명이다. 그것은 바로 시크릿쥬쥬 였다.

무려 시리즈가 10기를 넘어 13기까지 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갑자기 선배맘들이 원망스러웠다.

"또봇만 조심하면 된다며???"


그러다 보니 생각이 났다. 그들은 아들의 부모님이었잖아. 남자는 시크릿 쥬쥬 안보잖아.


둘째 놈은 눈이 이미 돌아가셨다. 겨우겨우 꼬셔서 청소를 열심히 하는 신데렐라와 함께 집 청소를 하고, 노래를 잘하는 겨울왕국 엘사를 보며 파란 책상 위에 올라가 '숨겨진 세상'을 불렀는데 안타깝게도 이 공주들은 그들보다 더 예쁜 언니들이었다. 그것도 5명이나. 시즌1은 1명이었다는데 회차를 거듭하면서 5명까지 나와버렸다.

시크릿 쥬쥬의 공주는 5명이니까 당연히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또한 5개, 아니 그 이상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시크릿 쥬쥬 만든 회사를 폭파시킬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거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영실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가 나를 보면서

"아빠"


'알아. 네가 무슨 말 할지 다 안다. 얘기하지 마! 그 입 다물라!'


급한불을 꺼야 한다. 다행히 아내가 어디서 중고로 시크릿 피아노를 구매했다. 무슨 공주가 사용하는 무기란다.

둘째가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다음날 7시에 안방으로 와서 말한다.

"아빠. 시크릿 쥬쥬 피아노 보여줄게. 빨리 일어나아!"


아! 안 봐! 안 보고 싶다고!!! 엄마 불러!

엄마한테 실컷 보여줘!


시크릿 쥬쥬가 끝났다고 해서 쾌제를 외쳤다. 근데... 뭐?? 별의 여신은 또 뭔데?? 뭐?? 시크릿 쥬쥬 메인 캐릭터 쥬쥬 빼고 다 바뀐 후속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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