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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Nov 19. 2020

어린이집 가기 싫어!

가기 싫은 어린이집은 어떻게 잘 보내야 할까?

   어린이집 안 갈래!

아침 7시 30분. 어김없이 아이들을 깨운다.

"일어나. 아침이야. 상쾌한 아침이야"


하지만 분명 상쾌할 리 없다. 나도 자다 일어나 비몽사몽 상태에서 출근을 위해 아이들을 보채듯이 깨우는 것뿐이다. 그저 지각하지 않으려면 아침에 정해진 시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따박따박해야 한다.


첫째님을 마구 흔든다. 첫째님은 루틴에 따라 일상을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깨우다 보면 둘째는 이상하게만큼 자동으로 일어난다. 눈을 뜨면서 둘째가 항상 묻는 질문이다.

"아빠! 오늘 어디 갈 거야?"


"오늘은 즐거운 어린이집 가는 날 이야!"

나만 즐겁다고 생각하는 어린이집 가는 날이라고 말하면 둘째는 바로 대답한다.


"싫어. 어린이집 안 갈래"

아침부터 마음 깊은 곳에 스멀스멀 악마의 기운이 올라온다.

'keep calm and go kidergarten.'


왜 가기 싫은데?

시작되었다. 실랑이가 아침 댓바람부터. 처음에는 그냥 가라고 행동을 강요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연말 생이지만 5살이고 자기주장이 확실하니까.

한 번은 다시 되물어본다.

"왜 가기 싫어??"


저 되묻는 문장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난 분명 교육회사에 다녔었다. 부모교육을 열심히 받았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그럴싸한 한 이유를 한번 들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데로 놔둘 필요도 있다.

그래서 둘째는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 갈 때 우스꽝스러운 광대 샬랄라 치마를 입는다고 하면 아내 역시 악마의 기운을 빌려서 "안돼"를 외치는 와중에도 난 아내한테 말했다.

"여보. 우리 애가 선택한 거에 존중해야지!"

지 딴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라!


하지만 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건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보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좀 더 크고 아이들도 많아서 재미있을 환경인데도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매우 친절했다. 딱 하나의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기존에 다니던 아이들이 그대로 5세, 6세, 7세 반에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아이들이 서로 친하기 때문에 새로 온 아이들이 적응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근데 우리 둘째는 거기에서 나름 생활을 잘한다. 크게 모나지 않게.


그래서 그런 걸까? 사회성을 배우기에는 조금 준비가 덜 된 걸까? 집에서는 하고 싶은데로, 호구 아빠를 통해 무엇이든 허용이 되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싫은 걸까?


처음에는 아이가 가기 싫다는 주장을 묵살시켰다.

"그냥 가. 재밌어"


하지만 점점 아이도 주장이 뚜렷해지다 보니 뭔가 설득을 시켜야 하는데 설득시킬 만한 무언가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 맞다. 내가 교육회사 다닐 때 이런 부모님들이 많았었지. 그때마다 강의를 하셨던 대표님에게 늘 질문했던 학부모들이 생각났다.'

학부모 한분이 질문을 했다.

"아이가 학교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를 5분간 꼭 안아주세요"

대표님의 대답은 엉뚱했다. 해답을 듣고 싶었는데 안아주라고 하니까 질문한 엄마의 표정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이윽고 대표님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안아주면서 아이가 가기 싫은 이유를 자세히 듣고 그에 맞게 공감을 해주세요"


이게 말은 쉽지만 부모한테는 정말 어렵다. 안 간다고 하는 아이는 그냥 밉다. 그 미운 아이를 안아주라는 게 과연 쉬울까. 그리고 갑자기 우리 부모님이 날 안아주고 공감하려는데 아이들 역시 평소 하지 않던 부모님의 행동을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신뢰와 공감을 조금씩 이해하고 5번 가기 싫다고 하다가 4번, 3번, 점점 줄어들고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때가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둘째에게 되물어본다.

"왜 가기 싫어?"


둘째가 대답한다.

"선생님이 무서워"


"선생님이 혼냈어?"


"아니, 그렇지는 않았어"


"그럼 혼내는 건 아니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선생님이 무섭다는 것이다. 난 둘째가 사회성에 문제, 또는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어서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아이의 대답은 그저 선생님이 무섭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선생님 한 명이 거의 20명이 되는 아이들을 통제하다 보면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때에 따라선 제재를 가해야 한다. 그 모습이 둘째한테는 무서운 모양이다.


"선생님은 화내지 않는 거야. 그냥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는 거야"

아내가 둘째에게 설명을 해줬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를 안아줬다. 한번 그렇게 해봤다. 안아주고 무서운 선생님이 너를 혼내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해봤다.

하지만 한 번에 이해, 설득, 공감시킬 수 없었다.


확실한 한 가지는 '내가 화내지 않았다'라는 것과, 둘째는 가기 싫다고 말했지만 고분고분 따라온다는 것이다. 표정은 시무룩하기에 둘째를 안고 계단을 쏜살같이 뛰어 내려가면 그새 또 좋다고 웃는다.

그리고 차에 타기 전에 둘째가 물어본다.

"오늘은 언니 자리에 타?"


"그래, 오늘은 언니 자리에 타자"

그래. 언니는 집에 있는데 까짓 거 언니 카시트 타지 뭐. 언니는 주니어 카시트라 좀 더 여유로운 게 좋았나 보다.

그럼 좋다고 올라가서 운전기사인 나한테 소리친다.

"아빠 빨리 안전벨트 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손잡고 씩씩하게 들어간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한테 칭찬했다.

"잘했어, 소리치지 않았어, 화를 잘 참았어"


결국은 내 문제였다. 아이를 대하는 나의 마음과 태도의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아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어린이집의 문제일 수도 있다.

1차적인 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2,3차적인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요즘은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이유가 재미없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또 안아주고 반복한다. 왜 가기 싫어? 재미없어? 새로운 친구 사궈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재밌게 다닐 수 있을까? 아... 정말 화내는 게 제일 쉬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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