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
지난번엔 라디오에 사연이 당첨되며 감사했고 스스로를 칭찬하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꽃에 대한 공모전이 있어 사진과 함께 그리 길지 않은 글을 썼다. 약간의 기대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응모했기에 당선되긴 어렵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결과 발표 날에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내 글이 당선됐다며 문화상품권 3만 원을 보내준다고 했다.
역시 물질적 보상은 기분 좋게 만든다. 그래서 이 역시 감사일기로 작성하려는데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게 물질적인, 외적인 요소로만 감사일기를 쓰자니 한 번은 생각해봐야 했다. 감사일기가 보상으로만 작성되면 안 되기에!
다른 내적인 요소를 생각해보고 찾기로 했다. 아니면 내가 칭찬받을 만한 행동이나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봤다.
아이들한테 억지 부리지 않았나, 아내한테 잘해줬나, 나 자신이 약속한 것들을 잘 지켰나.
되돌아봐도 감사할 만한 것들이 잘 안 떠올랐다. 어쩌면 너무 냉철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잘못한 것들만 자꾸 떠오를 뿐이었다.
그렇게 감사일기를 작성할 무언가를 계속 생각해내는 중에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공모전이나 라디오 사연이나 내가 글로 써서 당첨된 거였다. 글로 쓴다는 건 순전히 내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었고 이것들은 모두 브런치를 통해 조금씩 글쓰기에 대한 스킬이 좋아지거나 생각이 깊어졌다.
글을 쓰기 싫어했는데 어느샌가 글을 쓰게 됐고 꾸준하게 쓰다 보니 결과물이 무엇인가로 보상되고 있는 것이었다. 꼭 물질이 아니더라도 평소의 내 생각을 정리하여 적어놓고 꾸준히 퇴고하면서 좀 더 견고한 의견이 되기도 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재밌는 시간여행을 했고 잊힐세라 그 추억을 머릿속에서 꺼내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글로 작성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상황에 따른 애매모호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표현해내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이 모든 게 나를 조금 더 성장시켜주고 있었다. 단지 글을 쓰고 있었을 뿐인데.
내일과 다른 오늘, 오늘과 또 달라질 내일을 기대할 수 있고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