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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Jul 14. 2021

8. 출산준비는 산 같아서!

무슨 아기용품이 디테일하게 많은지

첫아이가 출산하기 전에 부모들은 여러 가지를 준비한다. 마치 새들이 알을 낳기 전 둥지를 예쁘게 만들듯 부모도 아기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한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였을 진 모르겠지만!

배냇저고리를 필두로 시작한다. 기저귀는 백조 기저귀를 시작으로 발진이 나지 않을까 10개가 넘는 브랜드의 기저귀 샘플을 2~3개씩 모으니 60개는 훌쩍 넘어갔다. 체온계나 젖병소독기, 침구용 청소기 같은 10만 원대의 것들은 선물 받았다. 각종 육아정보, 어느 집에나 한 권씩 있다는 육아백과사전 그리고 선배 부모들의 블로그를 보니 필요한 것들은 한도 끝도 없었다. 당장에 필요도 없는 유모차까지 알아봤다가 이성의 끈을 놓쳐버렸다. 출산교육을 받았다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의욕이 과다했는지 아기용품 하나하나 사용법과 문제점을 비교하다 결국은 엉뚱한 걸 구매해버렸다.



임신 주차에 맞는 출산교육을 받았다. 출산이 얼마나 위대한 탄생인지 정신교육만큼은 아주 톡톡히 받았기에 주변에 결혼하지도 않은, 결혼 생각도 없는 사람들을 붙잡고 계속 출산교육을 전파했다. TMI가 지나칠 정도였지만 그동안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이런 교육은 없었고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은 하더라도 출산에 대한 교육은 없기에 조금은 더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데이지의 배는 점점 불러왔고 여느 아기처럼 발차기도 하고 딸꾹질도 하고 여러모로 잘 자라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의 머리가 위를 향해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아래로 향한다고 했지만 여전히도 위를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역아가 된다. 역아를 출산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기에 ‘역아회전술’이라는 명칭으로 병원에서 아기의 머리를 밑으로 향하게 하는데 이걸 받아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감이 잘 안 왔다. 정기검진 후 원장님이 의견을 물어봤다.

"역아인데 어떡할래요?"

"네? 역아면 출산이 안 되나요?"

"보통은 회전 술로 바꾸긴 하는데 부모의 의견을 들어보려고요"


데이지는 불룩한 배를 누군가 만지는 걸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고 그건 어떤 산모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른 배가 장기를 눌러 가뜩이나 불편한데 회전술로 배를 만지는 정도가 아니라 밀어내면서 머리의 위치를 바꾼다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원장님! 역아로 출산 가능하죠?"

라고 물어봤더니 원장님이 대뜸 말했다.

"역아로 출산할래요?"


역아 출산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대부분 제왕절개를 한다. 둔위 출산이라고 하는데 엉덩이가 먼저 나오거나 다리가 나온  어깨에서 한번 걸리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팔을 빼면 가장 중요한 목에서부터 질식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장님은 그런 모든  알고서도 우리한테 물어본 이유는 역아 출산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출산하기 전까지 50명 정도의 역아 출산 경험이 있어 언제,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도  알고 계셨다.  말을 듣고는 우리는 역아로 출산하겠다고 했더니 아주 자신 있고 확고한 대답을 하셨다.

"그럼 나 믿고 역아로 출산해요!"


출산이 위대하고 아름다운데 의사로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지 않을까 했는데 원장님은 저렇게 대답을 했다.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출산 중 사망하는 산모와 아이가 없진 않을 텐데 더 높은 확률로 사망할 수 있는 역아 출산도 자신 있게 본인을 믿으라고 하니 걱정조차 안 들었다. 회전술 없이 우린 그렇게 역아로 출산하기로 하곤 주변에 소식을 알렸다. 가뜩이나 장애가 있는데 역아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차분히 원장님의 경험과 실력을 알렸고 역아 출산이 왜 위험한지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들은 내용을 토대로 주변에 알렸다.


이젠 출산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할 때였다. 출산 예행연습을 하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작성하고 알아봤다. 가제수건이라는 면 수건은 100장 넘게 필요하다길래 10장도 많지 않나 생각했지만 100장도 부족했다. 기저귀 발진이 생각보다 많기에 각 브랜드별 기저귀를 3개씩 샘플로 사놨다. 산모패드, 신생아를 위한 기저귀, 배냇저고리, 겨울이라 겉싸개, 속싸개, 아직 필요 없는 손 싸개까지 준비하고 머리가 추우니 모자 역시 빼지 않고 준비하니 용어도 힘들고 용도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불도 필요하고 모빌은 초점을 위해 흑백모빌이 필요하다는데 막 태어난 아이한테는 필요 없다지만 그런 의견 다 무시하고 애가 심심하지 않을까 초점책을 받아왔다. 흔들어서 재워야 한다는 말에 처갓집에 사용하지 않는 무거운 흔들의자를 들고 왔고 아이용 흔들침대를 준비했다.

가까운 곳에 조리원을 알아봤다. 대부분 2주 단위로 시작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두 곳을 방문했고 첫 번째 방문한 곳이 참 마음에 들었다. 복도도 넓고 쾌적하여 산모들이 걷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출산하고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두 번째 방문한 조리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산부인과와 붙어있는 조리원이기에 의료적 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첫 번째 방문한 곳보다 조금 더 저렴했지만 답답 산모가 걸어 다닐 공간도 없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아이를 볼 수 있어서 공간 자체가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우리의 답답함보다는 아이의 응급상황을 생각하여 두 번째 방문한 곳에 예약을 했고 선물로 만삭 사진을 촬영해준다며 알려준 사진관으로 갔다. 여행을 가나 어딜 가나 남는 건 글과 사진이기에 만삭도 기념이니 사진을 찍기로 데이지도 허락했다.

처음엔 극성맞다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준비하다 보니 일이 너무 커졌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 눈에 보이니까, 막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준비하는 모든 것이 힘들지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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