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한 Jul 13. 2021

특수학교에 간 첫째님

활동보조인, 그리고 아직은 더 알려야 할 것들

육아에서 벗어나 회사로 나간  3주가 지났다. 5개월 넘게 육아에 전념하다 회사로 출근하려니 막상 걱정이 되는  어쩔  없었다. 다행인  출근날 짜가 잡히기 2 전에 첫째님의 활동을 도와줄 활동지원사 면접을 보게 됐다. 첫째님을 학교에서 치료실로 이동하기 위해선 차가 필수적이다.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등하교시간에 콜택시를 잡는  일반택시보다 어렵다.  시간은 기본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차가 없는 활동지원사가 첫째님을 데리고 다니기는 쉽지 않았다. 택시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버스는 더더욱 어렵다.  걷긴 하지만 가다가 갑자기 주져 앉는 경우가 생기고 그러면  역시도 휘청 거리기 때문에 힘이 좋아도 첫째님의 손을 놓칠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 맞지 않아 차가 있는 동지원사를 구하는  쉽지 않았다. 4개월은 넘게 대기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출근날짜가 잡힘과 동시에 정말 좋은 동지원사를 구할  있었다. 자차로 이동도 가능하며 8년간 활동지원을 하셨기에  2주간 첫째님의 이동과 산책, 주의사항이나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방법도 직접 보여드리며 알려드렸기에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한창 일을 하다 점심을 넘겨 첫째님이 하교하는 시간이 되면  가고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베테랑 동지원사는 오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산으로 산책도  데리고 다니셨다. 10 출근이라 저녁 7시에 칼퇴를 못하면 집에 8 반을 넘겨 들어오게 됐고 집에 오면 첫째님의 얼굴을 먼저 쳐다봤다. 밝은 표정이거나 피곤해서 눈이 풀려있는  보면 신나게 데리고 다녔다는 결과였다. 아내 역시 활동지원사가 해주는 것에 대만족 했다.

휴가를 내지 않으면 당분간 첫째님의 하교시간에 학교에 가서 운동장 한 바퀴를 뛰는 일은 없을 듯 하니 정말 조금은 아쉽지만 다른 사람 손에도 잘 커나가는 첫째님은 참 잘하고 있었다.

주말이 오면 평소 가던 뒷산보다 좀 재밌는 곳을 놀러 가려고 1년이 넘게 못 갔던 동물원을 찾아갔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주자창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줄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공공주차장에는 주차해봤지만 동물원에는 처음으로 장애인 주차장에 주차를 해봤다. 매표소 바로 앞까지 가능했고 대기줄 없이도 바로 주차했고 주차요금도 80%나 할인되다 보니 첫째님 치료비에 들어가는 돈이 더 크지만 할인되는 돈과 편의에 대해 첫째님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고 했다.

두 딸들 역시 신나서 동물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녔고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나 역시 신나서 그렇게 우린 신나게 떠들면서 돌아다녔다.

이제야 뭔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좋았고 짧은 주말이라도 아이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놀아주려고 했다. 오전은 그렇게 보내고 오후엔 집에서 태양을 피해 쉬다가 저녁이 되어 친구가 하는 비누 공방에 가서 비누를 사고 같이 놀이터에서 놀았다. 둘째 놈과 첫째님의 비장애 친구는 그네를 타거나 킥보드를 서로 타겠다며 티격태격하는 동안 난 첫째님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뒤를 졸졸 쫓아갔다.

나뭇가지를 줍고는 흔들면서 정신없이 뛰어노는 첫째님을 쫓던 중 시소를 타는 5학년쯤 된 남자아이 두 명 중 한 명이 첫째님을 보더니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쟤 뭐냐?"

다른 친구는 대답 없이 첫째님을 쳐다봤고 난 그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고는 첫째님을 쫓아갔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첫째님이 또 그 시소 쪽으로 향해 달려가니 그 남학생은 또 똑같이 물었다.

"쟤 뭐냐?"

무시했다. 기분이 좀 상했지만 그래도 모를 수 있기에 무시하며 내가 저 아이의 부모라는 걸 알 수 있도록 첫째님의 팔과 등을 밀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또 돌아다니다 그 남학생 옆으로 지나기니까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쟤 뭐냐?"

저 물음의 의미가 뭔지 알았지만 내 자녀이니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아.. 아니에요"

아차 싶었다. 저 아이는 당연히 우리 첫째님이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하는 행동이 다르고, 아니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기분이 나빠 '왜'라고 물어본 나도 참 어리석었고 다시 물어봤다.

"아.. 그렇지? 다른 애들과 행동이 좀 다르지?"

"네. 좀 달라요"

"맞아! 우리 딸은 조금 달라. 하하하"

하고는 웃으면서 그 아이에게 잠시나마 인상 썼던 얼굴을 피면서 웃으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그네에 자리가 비어있었다.

"너네 그네 타고 싶지 않았니?"

"네 그네 타고 싶어요"

"얼른 뛰어가! 지금 자리 비어 있어"

그러자 쏜살같이 그네 타러 가서는 위험하게 서로 공격하면서 신나게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이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단지 저 아이들은 아직 장애인에 대한 걸 배우지 못했는데 내 아이 일이라고 바보같이 기분이 나빠 잠시 인상 썼던 내 모습 때문에 약간 당황한 모습이 미안했고 그래도 조금은 이해하려는 그 모습 역시 고마웠다. 저렇게 천진난만하게 노는 애들인데, 첫째님과 다르지 않은 아이들인데 말이다. 여전히 장애인식에 대한 교육은 부족했고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내가 하고 있는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좀 더 널리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배운 다음부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기준'은 정의하기 나름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