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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Oct 25. 2020

아빠인가 ATM인가 : Chap.1

내가 느낀 교육의 현장


나는 아빠 육아휴직을 했다. 2015년 대한민국 남자 4~5% 정도만 신청했다는 그 휴직을 말이다. 필요에 의한, 아이의 재활치료를 위해 신청했지만 더 중요했던 건 바로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 때문이다. 육아휴직이라는 총알을 만들어 준 건 바로 현장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방아쇠 역할은 아이의 장애와 재활치료였다.

그럼 내가 느꼈던 교육의 현장, 그 총알을 만들었던 계기들을 꺼내보려 한다.



8년간을 교육회사에서 근무했었다. 공교육에 도움이 되는 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지자체로 영업하고 계약, 운영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금까지 , 하나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체를 총 관리하는 PM(Project Manager) 역할이었다. 사업비는 적게는 30만 원부터 억 단위까지 였으며, 1회성 특강부터 1~3년 단위 장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수의 학생, 학부모, 교사를 만났고 강의를 하는 여려 강사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평가하고 급을 나누며 강사들을 관리했다.


강사가 앞에서 한창 열정적인 강의를 하고 있었다. '자기 주도 학습'이 그 시절 교육의 키워드였고, 주차별로 교육 콘텐츠를 강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듣는 청중들은 언제나 질문을 받으면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요?"


어떻게는 바로 공부,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설명한 것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청중들의 결과론적인 공부 잘하는 방법에는 조금은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학생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뉘는데 첫째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부모님의 기대와 강요가 결부되어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어쨌든 좋은 대학이 목표였다.


학부모는 내 자녀가 공부를 스스로 잘하는 방법이었다. 남보다 좀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좀 더 좋은 대학을 가서 남 밑에서 일하기보단 남보다 위에서 일하길 원해서 이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 목표였다.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고3을 맡은 교사들은 대학 진학이 발등의 불이 떨어져서 좋은 대학 이 목표였지만 그 이하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꿈과 목표를 이루게 하고 싶은 이유가 더 컸다.


마치 공식처럼 따라다녔다.

공부 잘함 = 좋은 대학 = 좋은 직장 = 좋은 배우자와 결혼 = 아이 낳고 육아 시작 = 행복.. 한... 삶??


강사는 기껏 열심히 설명했던 '자기 주도 학습'이라는 용어에 대해 풀이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하는 것'이라고 알고들 있는데 반쪽은 맞다. 스스로 공부하는 건 맞지만 '주도'라는 부분을 대부분 지나친다. 공부를 주도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삶을 주도하는 학습,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학습자가 목표도 스스로 정한다. 그에 따른 전략을 세운다. 전략에 따른 시간을 배치한 후 실행에 옮긴다. 처음 세워본 목표이기에 전략이, 시간 배치가 잘못될 수 있다. 그래서 실행한 후 잘못되거나 예상치 못한 것들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목표나 전략을 재 수정한다.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전략을 세우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 확보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학습자 스스로가 알아봐야 한다.


'자기 주도 학습'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만들어서 설명을 해줬다.


"목표-전략-시간 배치-실행-(제일 중요한) 피드백"


'공부하려면요. 이렇게 하면 됩니다.'

우리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청중들은 모두들 콧방귀를 뀐다. 뭔가 방법론 적인 부분을 알려줄 거라 기대했지만 교과목을 가르치는 회사가 아니기에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이라고 받아들이고 다른 해결 방법을 알려달라고 한다.


분명한 건 공부를 떠나 자기 주도 학습 이란 용어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아이들의 주도력을 길러줘야 한다.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말이다.


앞서 말했듯 주도력이 있는 아이는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도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힘이 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부모님 탓이 아닌 본인의 탓으로 인정하고 피드백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해간다. 그래서 강사는 한번 더 힘주어 주도력에 대한 부분을 또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 대한 성공사례들을 꺼낸다. 학생들의 성적이 변하는 것과 그 부모가 그에 맞게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변하는 부모의 심경에 대한 인터뷰들을 보여주면서.


갑자기 청중들의 눈빛이 반짝반짝해진다. 학생, 교사는 성적이 오르는 부분에서, 부모는 성적과 부모님의 진솔한 인터뷰에 감명을 받으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강사는 교사, 학부모 다 실천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럼 이론적인 이 방법이 그때만큼은 매우 잘 먹힌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3일 지나면 다시 원래의 삶을 살기 때문에 주마다 과제를 내주고 과제 점검을 하면서 청중들의 '습관'을 변화시켜야 했다.


청중들에게 목표를 세워보라고 강사가 지시했다. 의외로 목표는 쉽게 정한다. 정하기 어려우면 조금 쉽게 '살빼 빼기' 라던지 '책을 읽겠다'라는 생활 습관에 대한 목표를 정하게 했다. 그렇게 전략과 시간 배치를 강조했지만 대부분은 바로 실행에 옮겨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그래서 피드백이 중요하다. 오늘의 실수를 내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자기 주도 학습'이 교육시장에 판도를 변화시킬 것처럼 몰아치더니 이내 풀이 꺾였다. '자기 주도 학습'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여전히 혼자 공부하면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외치며 자습실을 만들고 우리는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가르치는 곳이라고 키워드만 따오면서 그렇게 점점 별거 아닌 용어로 전락되고 있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꿈''끼'를 강조하던 시대가 반영되었다. 대입과정 중 수시모집 인원 확대로 인해 학생부 종합전형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자기소개서가 중요해지고, 내신의 비중이 높아지고 그러기 위해선 학생들의 삶의 목표가 중요해졌다. 그 목표에 따라 원하는 대학교를 설정하고 그것은 면접에서 중요한 플러스 효과이자 필수가 되었다. 목표 없이 대학을 위한 공부가 아닌 삶의 목표를 위한 공부, 즉 우리나라도 이제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한 초석이 되는 그런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자원이 부족하기에 인재가 없다면 미래사회가 그리 밝지는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꿈''끼'를 강조하는 진로교육이 또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우린 진로 프로그램에 대한 콘텐츠를 다시 학교와 지자체에 영업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본인이 꿈꾸는 삶에 대한 목표와 이유, 좀 더 거창하게는 삶의 vision을 설정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시기상 필요한 것들 또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갖출 수밖에 없던 것이 빛을 발하는 시기였다.

 

그렇게 진로교육의 시대에 맞춰 우리는 또 학부모, 교사, 학생들에게 진로를 열심히 교육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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