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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한 Dec 24. 2022

그게 어디 쉽게 변하겠어?

요즘 아이들?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2022년의 마지막 달이 오면서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다. 월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 날씨면 겨울도 따뜻한데?'라고 긴장을 풀었는데 느닷없이 한파 소식에 '얼마나 춥겠어!' 라며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추위의 느낌을 잊고 있었다.

한파는 역시 옳았, 아니 맞았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노면 빙판길 주의'라는 표시가 떴고 온도계가 0도를 넘어서 영하로 표기되는 숫자가 낯설었다. 차를 예열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운전대에 열선을 켜야 잡을 수 있었다. 때마침 눈 예보에 맞춰 하늘에서 아주 예쁜 쓰레기들이 휘날려 운전하기도 힘들고 군대 시절 저 쓰레기들 치우는 무한 반복의 삶이 떠올라 잠시 짜증도 났지만 아이들에겐 겨울의 즐거움이자 희망이니 미워할 수 없는 저 쓰레기들을 보며 그저 적당히만 내렸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만 있었다.


첫째님 등교버스에 맞춰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겨울이라는 핑계로 내가 늦잠 자는 횟수가 늘어났다. 다행히 회사에는 월 2회 2시간 조기퇴근권이 있는데 2시간 늦게 출근도 가능하니 이럴 때 사용하면 전쟁 같은 아침을 피할 수 있었다.

회사에 보고를 하고 첫째님을 좀 더 재웠고 멀쩡한 정신으로 아침을 먹는 첫째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좀 여유를 부리다 출발했다. 그날은 한파 주의보에 따라 정말 추웠고 염화칼슘을 얼마나 뿌려댔는지 모를 정도로 바닥이 하얗게 변했다. 눈 덮인 산을 보며 첫째님과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다가 횡단보도 신호에 맞춰 멈춰 섰다.

롱패딩을 입은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학생이 횡단보도 한편에서 발을 동동 거리다 신호가 바뀌자 얼른 중간까지 뛰어갔다. 보도를 건너려면 끝까지 질주를 하던가, 아니면 걸어서 건너던가 해야 하는데 전력질주를 하다 속도를 줄이더니 제자리에서 뛰었다.

'뭐지? 장애가 있나?'라는 의심을 했다. 첫째님이 하는 행동과 똑같이 하길래 잠시 편견을 갖고 바라봤지만 곧이어 반대편에 친구로 보이는 여학생 한 명도 똑같이 뛰어왔다.

처음 뛰어온 여학생이 손에서 무언가를 꺼내 친구에게 건네주었고 자세히 봤더니 그건 따뜻하게 데워진 핫팩이었다. 그걸 받은 친구와 함께 왔던 길로 왔던길로 다시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핫팩은 하나밖에 없어 보였다. 있었다면 반대편 손을 주머니에서 빼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친구가 건너올 때까지 기다려도 되는데 굳이 또 횡단보도 가운데까지 뛰어가서 건내려는 모습에서 참 예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얼마나 기특해 보이던지. 겨울이 더 추워도, 더 센 한파가 와도 괜찮겠다. 그럼 저 아이들의 우정은 더욱더 견고 해지지 않을까?



방송매체를 보면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정보들은 참 많다. 때론 그 정보가 사회적 문제라는 걸 알려주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동시에 내가 '라테는 말이야'라는 꼰대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면 "요즘 것들은 말이야 쯧쯧" 하며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듯 현 상황에 대한 일장연설이나 비판을 늘여놓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내가 본 저 여학생들의 핫팩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그간 갖고 있던 "요즘 것들은 말이야"라는 편견은 생각도 안 났다. 요즘 것들 역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라테나 지금이나, 먼 옛날 석기시대나 내가 세상에 없는 먼 미래나 인간이 다른 인간을 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겠다. 지금까지도 안 변했는데 그게 어디 쉽게 변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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